나에게 있어서 용접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이자 선택이다.
굳이 용접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찾아보라면 단 하나가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마 5~6살 때였을 것이다.
더운 여름 팬티와 런닝만 입고 다니던 코흘리게 아이였을 때, 내가 좋아했던 삼촌이 있었다.
실제 친척은 아니지만 왕래가 잦아서 그냥 삼촌이라 불렀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정말 내 삼촌인줄 알았다.
한번은 어딜 출장 다녀와서 인사차 왔다고 집에 들러 우리 식구와 함께 거나하게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삼촌의 허름한 가방에서 발견한 길쭉한 막대 같은 것들이 있었다. 개수가 많아서 삼촌에게 하나 가져도 되냐고 물어보고 그걸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바로 피복아크 용접봉이었다. 아마 CR봉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잘 구부러졌기 때문이다. 구부려도 피복이 떨어져 나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삼촌은 용접을 했던 것이다. 그 기억이 용접과 관련된 나만의 추억이다.
그리고 내가 용접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가질 때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삼촌의 모습은 늘 외롭고 슬퍼보였다. 그래도 늘 웃고, 긍정적이고, 식구와 함께 할 때 매우 즐거워했고, 다 같이 함께 먹고 마시는 걸 좋아했었다. 무엇보다 입에 "잘 했네이~, 다행이네이~, 아따 그렇소~, 고생했네, 힘들었것소이~"를 달고 다니던 게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든 일을 하면서 그렇게 돈을 벌어 식구와 함께 하는 것이 그에게는 행복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용접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알수는 없지만,
얼굴이 많이 탄 키가 큰 삼촌이 늘 웃었던 모습과 웃을 때 하얀 이가 보였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낚시를 너무 좋아하고 회를 좋아했던 탓에 모치철만 되면 울산 태화강 다리에 가서 굵은 낚시 바늘로 바구니 한가득 모치를 잡았던 기억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