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을 배우는 목적
뭐 거창한 목적은 없다.
그저 먹고 살아야 하니까가 목적일 것이다.
용접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모두 다양한 이유로 용접을 배우기를 결정했겠지만,
결국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계기는 수없이 존재한다.
용접기사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현장에서 배울 수 없었던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정말 용접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
무직으로 살다 직장을 갖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누군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또 누군가는 용접 기술을 배워 놓으면 노년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나의 목적도 돈을 벌기 위함이다. 돈을 벌어 좀 더 안정된 가정을 지키는 일?
주로 내가 했던 일은 연구하고 논문을 쓰던 일이었다.
그런데 긴 가정주부 생활, 무직으로 살다보니 나이는 들고 연구하고 논문 쓰는 일은 취미 수준으로 머물게 되고, 정작 돈으로 환산되었던 연구일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연구하는 업을 놓치기 싫어서 지자체 관련 행사와 연구에 시민자격으로 참여하고 노력했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해당과 공무원 승진에 도움을 줬을 뿐 나에게 돌아온 것은 순수한 자기 만족 뿐이었다.
여기에 ... 그렇다고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할 수 없는 나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르바이트나 온라인 마케팅,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전부였다.
그렇다고 자본이 있어서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사실 이런 순간은 가정주부를 선택하기 7년 전에도 한 번 있었다.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그만두고 다른 대학을 눈여겨 봤으나 전공불일치, 많은 나이, 등으로 이전에 했던 비슷한 일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는 내가 수령한 월급보다 한참 부족했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찾던 중에 해기사 과정을 밟아서 배를 타고자 했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해기사 과정이 있었고, 당시에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로 여겼었다. 하지만 지인의 만류로 포기하고 그렇게 김해로 이사오면서 가정주부로 거의 7년을 살았다.
지난 7년을 단순히 가정주부로 살지는 않았다.
온라인 마케팅도 했었고, 지자체와 관련하여 위원활동도 했었고, 각종 블로그 기자단으로도 활동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공부도 쉼없이 해왔다. 그러나 아이가 크고 이제 다시 돈을 벌것을 생각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쿠팡 물류센터에 가서 일을 할까도 생각했었고,
아니면 집 주변 편의점에서 일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 모두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 당시 내가 주로 집에 있으면서 딸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오히려 해기사를 꿈꿨을 때 그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후회로 남았었다. 만일 그때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배를 탓더라면 지금은 안정적인 수입을 갖췄을 텐데..... 물론 그랬다면 지금과 많이 달라진 모습일테지만....
결국 2025년에 들어서서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딸아이도 어느정도 커서 더 이상 일일히 케어할 필요가 없다는점이다.
게다가 아내도 어느 정도 회사에서 자리 잡은 상태라 전처럼 늘 불안했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이기도 하고... 이제 나만 다시 바뀌면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다면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답으로 용접을 선택했었다.
지금 용접을 선택하고 배우기까지, 정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용접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는 지인의 조언을 따라,
김해에 위치한 나름 유명한 용접 학원을 방문했었는데, 상담 도중에 NCS용접기사과정반이 있다고 들었고, 상담 후 망설임 없이 결정을 했었다. 사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었기 때문에 선택과 결정은 의외로 빨랐다.
게다가 몇 년간 해 오던 온라인 마케팅 업무 계약 건도 끝난 시점이라서 뭔가를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 놓여 있었다.
나는 용접을 선택한 그 때를 나만의 티핑포인트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선상에서 새롭게 배우고 익히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영진직업학교에서 NCS용접기사과정반을 수업일수로 100일 넘게 듣고 있고, 지난 100일 동안 배운 용접기술은 3가지, 거의 다 배운 셈이며, 이제 어느 정도 용접을 이해하며 많이 친숙해졌다.
배운 기술로 당장 돈을 벌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고, 무엇보다 기술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 덕에 더디지만 하나 하나 배우며 익히고 있다.
앞으로 나의 삶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 달라짐이 경계와 두려움을 가지게 하지만
그래도 나를 위한 티핑포인트라 생각하면 경계와 두려움은 안심과 자신감으로 남아 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