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사로 가는 길 - 수업일수 135일
D-2
어느새 시월이다.
10월 1일, 2일은 정말 매 시간이 아까운 듯 지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다시 잡은 솔리드용접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늦게라도 마치는 시간 전에, 이면비드가 일부 맘에 들지 않지만, 외관은 만족스럽게 나왔다.
기량이 높은 사람보다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특히 수평보기에서 전과 달리, 좀 더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더욱 흡족했다.
게다가 사진처럼 아래보기자세, 수평자세, 그리고 수직자세 2회를 35분 동안 연이어 작업했는데 나름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 나에게 큰 의미이기도 하다.
보통은 다섯 장의 모재를 가접해서 큰 한 판을 용접할 때 어떤 것은 잘되고, 어떤 것은 실패했었다.
그런데 수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연이어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추석연휴를 보내고 다시 하다보면 그동안 연습을 하지 않아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보다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에 더 이상 크게 조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의 긴 시간을 지나 어느새 10월을 맞이한 시점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절도 든다.
어제 지인이 물었다.
"그동안 배우면서 가장 소중한 기억이 뭐였어?"
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
솔직히 반복적인 삶이라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대신 6개월 동안의 나의 기분을 대신 말해 주었다.
처음에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연했을 때,
용접이 잘 되지 않아서 내가 이걸 해도 되나?하며 혼란스러웠을 때,
남들보다 빠르게 향상되지 않아 불안했을 때,
매번 과제물을 내야 할 때마다 잘 되지 않아서 답답했을 때,
과정 중간에 기능사 시험친다고 준비하는 동안 초조했을 때,
가끔씩 주변 사람들의 간섭과 쓸데 없는 화두로 마음 속으로 화가 났을 때,
진척 없는 상황에 짜증났을 때,
어쩌면 그 자체가 나만의 기억이지 않을까 싶다.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장시간의 노력을 한 경험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장시간을 투자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