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사로 가는 길 - 수업일수 138일
D-day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왔다.
NCS용접기사과정 마지막 날 아침.
사실 이렇다 할 특별한 느낌은 없다. 그저 드는 생각은 외부평가 전까지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남아 있을 뿐....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술을 배웠으니. 이 기술로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은 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초보일 테니...
그래도 한 가지를 끝냈다는 점에서 보람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한 달 반 이후에 치러질 외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더 큰 보람을 얻을 것이다.
어쩌면 기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뒷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오늘이 지나 내일부터 서는 혼자서 해결해야 하니까. 그래도 잘해 내리라 스스로 믿는다.
어제 마지막 과제로 올티그로 하는 파이프를 용접과 솔리드로 용접한 온둘레 용접 결과물을 제출했는데 확실히 달랐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분명한 것은 용접은 하는 만큼, 그리고 고민하는 만큼 실력으로 쌓인다는 점이다.
먼저, 내가 용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점이다. 늦게 배운 만큼 실력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성취감을 맛본다. 그리고 땀을 흘리고 난 뒤 쉼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거도 느꼈다. 물론 물량이 많아 일이 많아지면 또다시 맘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늦게 배운 용접은 나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길에 뛰어들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나 스스로가 망설여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 뿐, 망설이지 않고 뛰어든다면 기회로 바뀔 것들은 정말 많다는 것을 몸으로 알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가지 후회가 되는 것이 생겼다. 그동안 학생들 앞에서 겁내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라는 말을 했던 내가 다소 무책임하고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한 나로서 조언을 했지만 그건 나라는 개인사에서 출발한 생각일 뿐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조언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왜냐면 자신의 삶에 대한 의사결정은 결국 자신 스스로가 내려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용접은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느끼게 해 준 매우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 하나....
용기라는 것이 생겨났다.
용기라는 놈은 경험을 통해 완성되고,
그 용기라는 놈은 세월이 흘러 녹이 슬어도 그 흔적은 그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