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사로 가는 길 50일
D-47
이번 이야기는 직업교육학교에서 수료한 뒤 나 스스로 용접 기술을 연습하고, 필기시험을 대비하는 모습을 남기는 이야기이다. 수료 다음 날부터 용접기사 시험 치기까지 정확히 50일이 남았고,
오늘 기준으로 47일이 남은 셈이다. 이렇게 날짜를 카운팅 하다 보면,,, 정말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아차 하는 순간 허비되는 시간일 수도 있으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리고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목표하는 자격증 획득에 적잖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D-50일 11월 15일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연습할 곳을 방문했다.
지인분이 운영하시는 회사를 방문했었다. 이곳 티에스마린은 선박수리업체이다. 거의 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수리업체로서 동종업계 중에서도 상당히 오래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첫날은 이곳에서 일을 하는 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시설을 둘러봤다.
현장은 바빴다.
전달해 주는 내용은 꼭 필요한 내용만 알려줬는데 더 알고 싶은 나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일단 왔으니 뭐라도 해 놓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둘러보며 필요한 재료를 찾았다.
안 그래도 지그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지그에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작업장에는 재료로 쓸만한 것들이 꽤나 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을 토대로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챙겼고, 바로 용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내일 제작하기로 했다.
세월만큼 묵은 먼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영진직업전문학교의 먼지는 정말 청정한 셈이다. 하하하...
그 결과는 장갑에서 나타난다. 단 30분 정도 착용하고 일을 했는데, 장갑 색이 달라졌다.
앞으로 내가 연습할 장소인데 제일 안쪽에 위치한 곳이다.
다음 날 업장을 방문해서 지그를 제작했다.
솔직히 용접기에 핑계를 대면 안 되지만 용접기 성능이 딱히 맘에 들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전류를 맞추고 싶지만 허락 없이 조절할 수 없는 흠이기도 하다.
그래도 약 2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만들어 봤다.
직업전문학교에서 사용했던 지그를 떠 올리며, 내가 연습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다.
우선 파이프 용접에 필요한 지그 모습인데,
올티그 용접은 물론 복합용접까지 고려했다. 그런데 정확히 수평을 이루지 않아 다음번에 와서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그 받침대로 사용하는 구조물을 최대한 손대지 않기 위해서 볼트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었으며, 지그를 다 사용하고 난 뒤 볼트만 제거하면 제공받았던 구조물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파이프 가접용으로 사용할 것도 만들어 두었다.
아래 지그는 맞대기 수직, 수평 자세용으로 만든 것으로 솔리드와 플럭스용접에 사용할 것이다.
이 또한 원래 구조물을 살리기 위해서 상단에 용접 한 방만 놓았다.
한창 지그 제작에 정신을 쏟았다.
자르고 용접하고,, 그 과정이 놀이와 같다고나 할까?
솔직히 이곳 사업장에서 다루는 기기들을 모두 다 다룰 수 있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용접기술이 중요한 이유도 처음 알게 되었다.
갈고, 자르고, 잘 닦아도, 붙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곳 공장장님께서 나보고 티그용접 할 줄 아는지 물어보셨다.
배웠다고 대답했더니, 자기가 하던 용접을 해보라고 했다.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속으로 시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건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했다.
엔진 찌꺼기를 걸러내는 필터로 사용하는 구조물인데... 티그 용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이곳 업장에 티그 용접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울산으로 출장을 나가서 작업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와주기로 했는데,,,
내가 처음 해 보는 박판용접이었다. 사실 학원 다닐 때 선생님 몰래 박판 용접을 한 적이 있었는데,,, 티그 용접 전류를 잘못 조절하면 망치는 게 박판용접이다. 안 그래도 공장장님은 이전 작업에 맞춰 놓은 전류값을 그대로 사용하고 계셨고, 작업 방식도 남달랐다.
뭐랄까, 티그 용접을 가스용접처럼 사용하는 모습?
물을 일으키고 거기에 용가제를 녹이는 방식이랄까?
하긴, 위빙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긴 했다.
어쨌든 일전에 몰래한 경험 때문일까? 처음 용접을 했지만 별문제 없이 작업을 완료시켰다.
일단 나는 최대한 용접 전류를 낮췄다. 거의 70까지 낮춘 듯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접기에는 전류값을 알려주는 장치가 없었고, 결국엔 최대한 내가 배운 것을 토대로 감으로 잡아야 했다.
그렇게 용접을 하기 시작했다.
모습은 플랜지 모습인데 박판이라서 플랜지 용접 방식으로 했다간 구멍이 날 것 같고,
그래서 나도 공장장님처럼 아크를 일으키고 용가제를 녹이고 모재와 융합시키려 노력했다.
역시 전류값이 센 것인지 작업 도중에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그때는 오히려 용가제를 더 녹여서 구멍을 막았다.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구조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공장장님이 알아서 처리했다.
결국 앞 작업에서 내가 맞춰 놓은 전류를 그대로 사용하고 동시에 작업 방법을 보고 용접을 하신 셈이다.
속으로 많은 생각이 났지만, 어쨌든 현장 작업을 처음해 본 셈이다.
점심시간 이후에 작업자 분께서 시원하고 달달한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셨다. 아마 용접에 대한 보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목표대로 지그도 완성했고,
우연하게 현장일도 해 보고....
그렇게 일을 하고 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대략 3시간 동안 머문 셈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제 정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고, 내가 만든 지그를 작업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위치를 변경하려고 지그를 드는 순간 오른쪽 손목이 살짝 나갔다. 물을 들고 전처럼 힘을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워낙에 먼 거리를 왕복해서 그런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을 잤고, 누웠더니 땀이 났다.
그리고 새벽에 깨었는데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된 듯했다. 손목도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고...
아마도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해서 생긴 몸살인 듯싶다.
이제까지 집에서 학원은 차로 15분이었지만,
이제 학원을 마치고 내가 연습하러 가는 곳은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라 힘들지 않았나 싶다.
이제 지그를 만들어 놓았으니, 모재를 구입해서 연습에 매진하면 될 듯싶다.
그리고 일주일에 많이는 갈 수 없고 아마도 매주 2~3회 정도 연습하러 방문할 계획이다.
필기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게다가 오갈 때 드는 차량 기름비용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각을 잃지 않도록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