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하루는 육중한 기계음과 거친 흙먼지 사이에서 시작된다.
토목 공사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
누군가에게는 생소할지 모를 그 이름이 지금 나의 명함이다.
직접 몸을 던져 현장을 마주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화려한 도시의 기반을 닦는 이곳이 정작 '쓰레기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분리수거'라는 단어는 실종된 지 오래다. 우리가 일상에서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히 지키던 그 소박한 정의(正義)가 이곳에서는 사치로 취급받는다.
점심 식사 후 버려지는 컵라면 용기, 갈증을 달래준 플라스틱 물병, 오후의 피로를 씻어준 일회용 커피 컵. 이들은 모두 훌륭한 재활용 자원이다.
하지만 현장의 결말은 늘 허무하다. '암롤'이라 불리는 거대한 폐기물 컨테이너 속으로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들어간다. 분리수거를 해보려 마대자루를 챙겨 들었던 나에게 돌아온 것은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시켰던 일이나 빨리 끝내라"는 서슬 퍼런 핀잔뿐이었다.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이곳에서 환경에 대한 고민은 공사를 방해하는 불순물에 불과했다.
문득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지금 내가 있는 50여 명 규모의 토목 현장에서 시작해, 이후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투입될 건설 공사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가늠해 본다. 한 사람이 하루에 종이컵 4개만 쓴다고 가정해도, 공사가 끝날 때까지 버려지는 컵은 무려 58만 개를 넘어선다. 이뿐인가. 비산먼지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비닐 천막과 안전 가이드 줄 역시 소모품이라는 이름 아래 재활용 표시 하나 없이 쓰레기 더미로 향한다.
누구의 잘못일까.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동료 노동자들을 탓해보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들에겐 분리수거를 할 환경도, 시간도, 교육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다 같이 버릴 건데 뭐"라는 체념 섞인 말 한마디는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의 부재를 향한 외침이었다. 노동자도, 관리자도, 행정도 이 거대한 자원 낭비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현실이다.
우리는 흔히 ESG를 말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노래한다. 하지만 정작 도시의 뼈대를 세우는 가장 역동적인 현장은 그 담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건설 산업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환경에 미칠 영향은 가히 파괴적일 만큼 클 것이다. 지자체가 현장에 분리수거 시설을 의무화하고, 관리 체계를 조금만 손질한다면 이 수십만 개의 플라스틱과 종이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오늘도 나는 빗물을 막기 위해 두꺼운 비닐 천막을 친다. 나중에 토목공사가 끝나면 저 비닐 역시 무심히 암롤 속으로 던져질 것이다. 도시는 날로 높아지고 도로는 길게 뻗어 나가지만, 그 화려함 뒤에 쌓이는 쓰레기의 산을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현장의 한가운데 서서, 나는 아직도 희망을 상상해 본다. 거친 먼지 속에서도 투명한 페트병이 따로 모이고, 종이컵이 다시 종이로 태어나는 그런 평범한 상식의 현장을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지속가능한 도시'의 진짜 밑거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