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쉬는 날

by 공삼

어제까지 나오라고 해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현장에 갔더니 비가 와서 출근할 필요 없는데, 예상대로, 왜 왔냐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나오라고 연락을 받았으니 나왔다고 하니, 그제야 아직 연락이 안 갔나 보네라며 얼버무린다. 대략 어떤 상황인지 짐작 가능하기에 그냥 뒤돌아 나왔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곳 현장은 늘 이런 식이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들도 남 탓으로 돌려버리는 게 당연한 곳이다. 오늘도 다섯 명이나 출근해서 모두 돌아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런 현상들이 반복된다. 이 일을 두 달째하면서 벌써 3번째 겪는 일이다.

21세기, AI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여전히 일부 현장은 하루하루를 운수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충분히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을 그때 가서야 해결하려는, 심지어 제대로 해결할 줄도 모른다. 그냥 난처해지면 자리에 없는 남 탓하면 그뿐이고, 조금 더 심각해지면 달래거나 그것도 안되면 맨 마지막에 잘라버리는 게 이곳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 하루 벌어먹고사는 사람이라 사명감이라든지 소속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현재 이곳은 이런 사람들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비가 온다. 그래서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래서 만약에 일을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플랜 B를 실천했다.

그동안 막노동한다는 이유로 게을리했던 글쓰기와 집안일 그리고 잡다한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현장은 비가 온 다음 날까지 쉬기 때문에 나에게 2일간의 휴식이 생긴 셈이다. 2일 동안 일을 하지 않아서 돈을 못 벌지만 그래도 나를 위한 시간을 번 셈이니 그것으로 퉁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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