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용접을 할 수 있다는 소리에 일을 시작했던 토류판 설치 작업.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용접은 빌미였고, 아마도 덩치가 있어서 토류판 작업을 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토류판 작업을 거의 10일째 진행 중이다.
(토류판 공법은 흙막이 공법 중 하나로, H-파일(말뚝) 사이에 목재 또는 강판 형태의 토류판을 끼워 흙막이 벽체를 만드는 방식임)
토류판 작업에서 가장 힘든 것은 처음엔 굵은 나무를 옮겨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서 지금은 비가 온 뒤 엉망이 된 진흙바닥과 각기 다른 작업지시가 더 힘들게 한다. 게다가 전문가인 기공이 아니라서 하루 일당도 박하다.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훈수 두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알고 지내던 다른 인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예전에 토류판 기공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너무나 많이들 입을 대어 포기했다고 한다. 어쩌면 토류판 작업은 힘든 작업이지만 눈에 금방 보이는 특성 때문에 더욱더 그럴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왜 그럴까?
그러고 보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토류판 작업하는 사람이 가장 더럽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만 일을 해도 작업복이 흙과 톱밥으로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 때면 흙투성이로 식당에 들어서기 때문에 미안할 때가 많았다.
비가 온 뒤엔 장화를 신어도 장화 높이 이상으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 데 유독 나만 현장에서 일 다한 듯 지저분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남들은 신발만 더러울 뿐,,, 옷은 상대적으로 깨끗했었다.
한 번은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후회를 한 적도 있다.
'과연 나는 이런 일 밖에 할 수 없는 걸까?'라고...
정말이지 보통 인부로 일했을 때보다 더 힘들고, 더 더럽고, 더 어렵다.
며칠 전 아내가 목감기가 매우 심했었다.
혹시 늘 먼지를 달고 퇴근하는 나 때문인가 싶어서 너무나 미안했었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나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밖에서 먼지를 제거하고 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먼지는 어디서든 티가 난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좋지만,
그래도 또 누군가에게는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열심히 해서 기공이 되어 활동하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