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새로운 결정이었던 용접은 솔직히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글쟁이가 용접을 한다고?
누군가는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해주고, 또 누군가는 중간에 포기할 것이라 말했다.
처음 용접봉을 잡고 실습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용접할 때 나오는 매캐한 냄새와 분진은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고, 익숙지 않았던 불꽃으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렇게 약 1000시간 넘는 시간을 지나 익숙해졌고 드디어 용접기사를 취득했었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일자리는 잡지 못했다.
나이가 많아서,
학력이 높아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늦은 나이에 취득한 용접기사 자격증은 놀라움의 대상은 될지언정 실제 쓰임과는 멀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현장일용직 생활이었다.
우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고, 그리고 혹여나 현장 일을 하다 보면 용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한편에 숨겨 놓은 작은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1월 말부터 시작한 현장일용직은 3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다.
현장에서 용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바람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용접팀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며, 그들과 친해지는 일이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잡부 생활을 한 탓인지 어느새 내가 용접을 할 줄 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그렇게 수십 시간이 지나 용접팀 인원이 부족할 때 발탁될 수 있었다.
현장일용직을 시작하면서 용접홀더를 잡기까지 정확히 80일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인 용접을 배우기 시작부터라면, 내 인생의 변화를 위해서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어쩌면 변화란 기다림이 아니라,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앞으로 변화가 있을 테니 좀 더 기다리자라고 말들 한다.
그런데 그 말 자체가 옳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함정이 존재한다.
어느 누군가는 진짜 기다리기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용접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기다린다는 말을 앉아서 기다린다는 의미가 아닌 움직이면서 기다린다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나 또한 젊었을 때 뭔가를 이뤄놓고 그냥 기다렸던 것 같다.
주위에서 기다려 보자라는 말을 하면, 그 말에 위안이 되어 속으로 이렇게 믿었던 것 같다.
'그래 내가 해 냈으니 이제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야. 그동안 기다리면서 좀 쉬자'라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기다리다라는 말에 의존해서 나의 게으름을 타당하게 치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