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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다리 Jun 09. 2019

강천섬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다

강천섬 가족 백패킹




특별한 일정이 없는 유월 첫날, 토요일이다. 햇볕이 조금 따가운 것 빼면 맑고 화창해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 이런 날씨에 집에서 주말을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 강천섬으로 소풍을 가지고 꼬드긴다. 밖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의 맛은 집에서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 맛이 기가 막히다는 말과, 자전거도 실컷 탈 수 있다는 말로 설득에 성공하고 오후 느지막이 강천섬으로 향한다.


우리 가족에게 강천섬은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인 곳이다. 집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예약이 필요 없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조그만 카트만 있다면 필요한 짐을 카트에 올리고 20분 정도 평탄한 길을 걸어가면 되기 때문에 산속 백패킹보다 장비에 대한 제약도 덜한 편이다. 거기에다 용무를 볼 수 있는 화장실까지 있으니 우리 가족에겐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곳이다.


늦은 4월 목련이 굵직한 꽃봉오리를 활짝 열어 그 새하얀 자태를 뽐낼 때, 섬을 가로지르는 길 옆 은행나무 잎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는 10월 말에 강천섬이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강천섬에 여러 번 가보았지만 4월과 10월에 갈 기회가 없었다. 그때쯤이면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제법 쌀쌀해 방한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 가족에겐 무리라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초여름, 그리고 늦여름에만 강천섬을 찾았었다. 제일 아름답다는 4월과 10월의 강천섬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초여름의 강천섬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학교 운동장보다 몇 십배는 넓은 초록빛 대지가 여유롭게 다가오고, 섬 가장자리에는 키다리 나무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내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리 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검푸른 남한강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조급함으로 짓눌렸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작년에는 없던 큰 주차장이 새로 생겼다. 자전거 대여를 할 수 있고 강천섬까지 가는 전용택시를 운행하는 것이 또 다른 변화다. 큰 주차장에는 차들이 반 이상 들어차 있는 걸 봐선 오늘 강천섬을 찾아든 사람들이 제법 많은가 보다. 강천섬과 제일 먼 쪽으로만 자리가 남아 거기다 주차를 한 후 우리 부부는 배낭을 메고, 애들은 트렁크 공간 부족으로 한 대만 들고 온 자전거에 앞뒤로 사이좋게 올라타고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넌다. 


늦은 오후, 해는 어김없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며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 넓은 잔디밭에 우리 가족 텐트칠 곳은 반드시 있을 테고, 어두워지더라도 길을 잃을 가능성도 적어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섬으로 걸어 들어간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많은 차들을 보고 예상했던 대로 오늘 강천섬에 텐트수가 상당히 많다. 화장실 주변으로 텐트들이 몰려 있고, 중앙을 가로지르는 은행나무길 옆으로도 텐트들이 제법 들어찼다. 작년에는 화장실과 거리가 상당히 먼 강가 쪽으로는 드문드문 텐트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이곳에도 텐트의 수가 적지가 않다. 비록 애들용 자전거 한 대 뿐이지만 덕분에 화장실과의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호젓한 강변 쪽 빈자리를 찾아 우리의 하룻밤 보금자리를 구축했다. 









하루 종일 밝은 기운을 쏟아부었던 해의 여운이 서쪽 하늘에 오랫동안 붉으스레 남아있더니 어느새 강천섬에도 어둠이 찾아들었다. 그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수많은 텐트들이 남한강 한가운데 떠있는 섬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은은한 텐트 색을 비춰주고 있었고,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인공적인 불빛을 비웃기라도 한 듯 초롱하고 맑은 빛을 밤새 잃지 않았다. 









 늦은 저녁까지 섬 구석구석 자리 잡은 사람들의 수다떠는 소리가 들렸지만, 텐트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강가에 자리 잡아서 그런지 소란스럽지 않았다. 넓은 대지의 너그러움과 섬을 에워싸고 흐르는 커다란 물줄기가 인간이 내는 소음을 빨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대자연의 비호 속에서 우리 가족은 즐겁고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밝았다. 남한강의 물줄기는 어제와 같이 소리 없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고, 너른 평지에도 여전히 여유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이 곳에서 잠시나마 자연의 흐름과 비슷하게 느려졌던 삶의 속도가 이곳을 떠나면서 다시 빨라질 것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마음이 답답해질 때면 이 곳을 다시 찾아 다시 그 속도를 원하는 대로 늦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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