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자리 쟁탈전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의 경기가 펼쳐지는 옌칭(Yanqing) 국립슬라이딩센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관계자들로 항상 북적인다. 특히 메달 결정전이 있는 날이면 모두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싸움도 서슴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경기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회 관계자 사무실 표지판


서로 다른 색깔이 표시된 신분증과 권한을 내세우며 명당을 선점하려는 영역 다툼이 시작되는데 이런 북새통 속에서 도핑검사관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처음부터 밀리면 경기 기간 내내 일이 어려워지므로 뱃심과 밀어붙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분명 지켜야 하는 선도 존재한다. 자칫 너무 멀리 갔다가는 오히려 호되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경기운영팀, 그리고 미디어 담당부서와 매일 파워게임을 해가면서 학습한 결과다.


그래서 도핑검사라는 업무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협조를 구하는 소통능력이 무엇보다도 도핑검사관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보통은 경기 결과에 따라 도핑검사 대상 선수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사전에 검사대상 선수가 지정될 수도 있다.


최고속도가 무려 140킬로미터나 나오는 루지(Luge)를 비롯해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0.000초 차이로도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단 한순간도 선수에게서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더 좋은 자리, 즉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고 따라다니기에 용이한 자리를 선점해서 굳건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행여나 검사대상 선수를 놓치는 일은 생각하기도 끔찍한 대형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역을 지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미디어를 비롯해 장비 검측 요원, 시상팀, 의전팀, 경기운영팀, 각국 임원, 자원봉사자 등과 동선이 겹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 미디어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다.


이 와중에 소위 “나가 달라… 못 나간다…” 라며 자리다툼이 벌어지는 것이다.


경기가 없는 경기장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저 텅 빈 공간일 뿐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서로의 빛이 교차하는 치열한 경쟁의 공간이 된다.


아무도 없는 텅빈 경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