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도핑검사관 생활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아이고. 안돼. 감사합니다. 괜찮아요?”라는 표현은 여기 계신 중국분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배운 것들이라고 한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 K-문화가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중국 도핑검사관들은 특히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를 명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받았다며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인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가족과 이웃이 정을 나누던 좋았던 옛 추억의 어딘가를 건드렸나 보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봉사를 하러 왔다는 칭화대 학생들은 세대에 맞게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좀비 드라마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넥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한국에서 베이징으로 출발할 때 한국적인 음식과 간식들로 가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 혹시라도 중국 친구들에게 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현지에 와보니 가방 하나를 더 가져왔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가격을 떠나 아마도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속 제품들을 실제로 본다는 신기함이 한몫한 것 같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은 저마다 의미 있는 기념품들을 챙겨 온다. 특별한 순간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도핑검사관 역시 자국에서 사용하는 마스코트 핀이라던지 스티커, 인형 등을 가지고 오는데 수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내 경우에는 나만의 기념품을 따로 챙긴다.


도핑검사관이자 멋진 소방관으로 기억해 달라는 마음도 전달하고 함께 했던 순간들을 더 빛나게 장식하고 싶은 바람에서다. 올림픽은 우리 모두의 축제이지 선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므로…


한류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 덕분에 나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녕하세요?”하며 한국말을 연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화 상대가 되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오늘도 나는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선수를 맞이하러 나가는 자원봉사자들의 옷매무새를 고쳐준다. 그리고 틈틈이 기회를 봐서 한국 음식도 건넨다.


근무 시작 전 샤프롱 자원봉사자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결국 슬기로운 도핑검사관 생활도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