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안전은?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본업이 소방관인 까닭에 매번 경기장을 방문할 때면 습관처럼 안전에 관한 것들을 따져보곤 한다. 이것은 자투리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자 또 다른 각도에서 내가 하는 업무를 바라보며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연습이기도 하다.


예전에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을 방문했을 때에도 안내해 주는 군인의 설명보다는 건물 내부의 소화기며 소방 관련 시설들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이 열리고 있는 이곳 옌칭 슬라이딩센터는 지난해 완공을 마친 신축건물로 내부에는 사무실, 장비점검실, 선수 탈의실, 인터뷰실, 그리고 간이매점과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건물 내부 안내표지판


베이징에 손님으로 와 있다 보니 실제로 테스트를 해볼 수는 없지만, 설치된 스프링클러, 소화전, 화재경보설비와 감지기, 비상구 유도등, 소화기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을 둘러본 느낌은 나쁘지 않다.


옥내소화전. 비상시 전화번호는 우리와 같은 번호 119를 사용한다.


지하식 소화전


현재 체육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중국 도핑검사관의 말을 빌리면 소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건물 사용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며 관련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고 말한다.


한편 건물 내부와 외부에는 올림픽 경기 기간 내내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구급대원, 공안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초동대응을 비롯한 경기장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장 옆에 상시 대기중인 구급차. 긴급전화번호 120을 사용한다.


메디컬 스테이션


물론 모든 건물이 설치된 시설과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정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 정도면 재난에 대응하는 인프라와 인적요소는 어느 정도 양호하다는 판단이 선다.


보통 재난대응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화재를 예방하는 3가지 요소로 ‘기반시설 (Engineering), 교육(Education), 법 집행(Enforcement)’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열악한 스리랑카나 필리핀에서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반드시 미국이 제시하는 기준이 절대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사회 전반의 인프라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국제 배드민턴 대회가 개최된 적이 있었다. 한참 경기가 진행 중일 때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렸다. 당연히 경기를 중단하고 안내방송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던 것은 오직 나 혼자만의 바람이었을까?


결국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실무자들이 어떤 확신에 기초해 화재경보가 오작동이라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외부인이 대회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며 비상구마다 쇠사슬로 잠가 놓은 상태에서 두 명이 그 큰 건물 안에서 원인을 찾겠다고 재난대응의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 이후로도 여러 국제대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국 장애인체전에서도 비상구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이러다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또 다른 엉성함의 대명사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아직도 경기장 내부 화장실 안에서 흡연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따로 지정된 외부 흡연장소가 없다 보니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건물 안에 가득 찬 담배냄새로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놓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냄새를 떠나 잘못 버려진 담배꽁초가 화재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이곳 옌칭 슬라이딩센터 경기장의 일부 지붕이 목재로 시공되었고 산불화재의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리 소방시설이 잘 갖춰진 건물도 결국은 그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디 이번 올림픽도 아무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