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처음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앞으로 보름 동안 어떤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게 될지 다소 걱정스러웠다. 그동안 스치듯 중국사람과 지낸 적은 있었으나 함께 일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책 마련도 필요했다.
경기 특성상 하루를 꼬박 같이 보낼 수도 있으므로 자칫 팀워크가 엉성하거나 서로 불편하면 일은 물론이고 시간도 더디게 흐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내가 만난 사람들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네며 한국 드라마와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고 호감을 표시해 온다. 그렇게 한중간의 만남은 시작됐다.
베이징에 오기 전 먼저 출발한 선발대의 조언에 따라 한국에서 김치며 고추장 같은 반찬류와 햇반, 라면 등을 넉넉하게 가지고 왔다.
그런데 근무 첫날부터 많은 간식을 선물로 받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을 손대지 않아도 족히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분량이다.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아무리 날짜를 헤아려봐도 이 많은 음식을 혼자 먹을 수는 없다. 더욱이 캐리어 한가득 근무용 유니폼까지 받은 터라 짐이 많아 음식들을 한국으로 가져갈 수도 없다.
문득 내가 체류하고 있는 호텔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 보안요원들, 그리고 청소를 해주시는 분들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전략을 세우고 매일 조금씩 음식을 전달했다.
작전이 거의 성공할 무렵 그들로부터 고맙다는 마음이 담긴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받았다. 내 부족했던 생각을 들킨 것 같아 연신 부끄럽고 미안했으며 또 많이 고마웠다. 난 그냥 남아서 나눠주었을 뿐인데…
그렇게 받은 것은 잘 나누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이 문제다.
함께 근무하는 8명의 중국 도핑검사관들을 생각하며 한국 음식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물건의 종류와 양을 나누어 담고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는 받은 사람이 그다음 날 고맙다며 또 다른 음식을 가져오니 음식의 종류만 한식에서 중식으로 바뀔 뿐 전체적인 분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난감하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도쿄올림픽 때보다 강화된 코로나 대응지침에 따라 마스크는 물론이고 방호복까지 입고 근무해야 한다. 촉촉이 젖은 마스크를 하루에도 서너 번씩 갈아 쓰며 일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이 짜증 나고 힘들 수 있겠지만 가진 음식을 나누니 마음이 통하고 또 그 마음이 여유를 만든다. 이렇게 맛있는 한중 콜라보레이션으로 우리는 베이징에서의 또 다른 추억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