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과 뒷이야기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시상대 위의 선수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당당하다. 연신 카메라 셔터가 터지고 국가가 울려 퍼지면 마치 그들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상식을 위해 국기가 올라가고 있다.


경기장의 모든 시선들이 메달을 딴 선수들을 향하고 선수들은 지난 4년 동안의 땀과 노력의 결과를 한없이 즐기고 또 기뻐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조명이 꺼지고 경기장에 남은 선수들은 그들의 목에 걸린 큼지막한 메달과는 대비되게 외롭고 또 왜소해 보인다.


긴장이 풀렸는지 아무렇게나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선수들의 모습은 왠지 익숙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메달을 만지작 거리다가도 동료 선수나 가족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때면 간혹 웃음을 참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금메달을 따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선수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한 가족은 선수의 안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다. “그거 진짜 금이 맞느냐? 그것도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니냐?”며 묻는다. 웃음을 참을 수 없어 괜히 저 먼산을 바라본다.


또 다른 선수는 TV에 나오는 스키 종목을 보면서 “저거 되게 위험해 보인다”라고 말하자 팀 닥터는 “무슨 소리냐. 네가 하고 있는 썰매 종목이 훨씬 위험하다” 라며 둘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나는 또 한 번 그 산을 바라봐야만 했다.


화려해 보이는 메달 뒤에는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이 있다. 그들은 그저 매일 정해진 인생의 무게를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소화해낸 것뿐이다.


한편 메달과는 거리가 있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선수도 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온 한 선수는 2009년 여행자 신분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적은 있었으나 올해 정식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소감을 털어놓아 주위 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최저 온도가 영상 20도인 자신의 나라는 눈도 오지 않는 데다가 팀이 구성된 지 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꼴찌가 아니어서 더 기분이 좋다며 금메달의 미소를 짓는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공동의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림픽 시상대


함께 경쟁하고 또 나누면서 우리 모두가 일등도 할 수 있고 또 모두가 꼴찌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올림픽 말이다.


나도 금메달이다!


더 많은 메달 뒤 이야기들이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므로 이만 줄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