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 감정학개론

[나는 도핑검사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기

by 이건

올림픽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직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된다는 메달. 그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메달을 목에 건 사람도 또 그렇지 못한 사람도 감당해야 하는 또 다른 무게가 존재한다.


도핑검사관 입장에서 본다면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빨리 도핑관리실로 오는 것이 좋겠지만, 올림픽을 위해 최소 4년 이상을 준비한 선수에게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어쩌면 선수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너무 긴장한 탓에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안타깝게 메달을 놓친 선수가 있었다. 도핑관리실에서 대기하는 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쉬운 생각이 눈물을 만들고 그 눈물이 또 다른 슬픔을 만든다.


만약 내 마음대로 선수를 고를 수 있었다면 나는 절대로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핑검사는 어쩌면 선수로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선수가 된 그 순간부터 오직 깨끗한 땀으로만 승부를 겨루겠다는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감정과 이성이란 이름의 매뉴얼 사이에서 도핑검사관의 갈등이 있다. 만약 나만 생각한다면 갈등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매뉴얼이 말해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의 감정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함께 환호하고 또 같이 좌절했던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 도핑검사 대상자로 선정되면 화풀이하듯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찬다는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미 도핑검사관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인생의 시각을 다시 한번 섬세하게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핑검사관에게도 감정은 있다. 상처받은 감정은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마치 우리 삶이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