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들어 올려라!

[좌충우돌, 국제 도핑검사관 활약기]

by 이건

오늘은 역도 종목에 배정을 받아 필리핀에서 온 도핑검사관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엘. 전직 수영선수 출신이자 현재는 필리핀 도핑방지위원회 검사부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마리엘.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검사관이다.


수영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그녀의 스포츠 경기에 대한 이해도는 대단히 뛰어나다. 이는 도핑검사관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스포츠 종목마다 사용하는 명칭도 다르고 경기 운영방식도 달라 경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도핑검사의 완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다 보면 탐나는 사람들이 있다.


마리엘이 바로 그렇다. 서글서글한 미소로 나를 오빠라고 부르며 잘 웃고 친절하면서도 경기 운영 전반을 꿰뚫고 부족한 부분을 치고 들어가 티 내지 않고 마무리하는 능력은 나이를 떠나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경기에서는 무려 동남아시아 신기록이 두 개나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무거운 쇳덩어리를 번쩍 들어 올리는 거인들의 파티장이 되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하나둘씩 도핑관리실로 들어오고 우리도 하루 일과도 시작된다.


예쁜 얼굴에 한국어도 유창한 베트남 금메달리스트와 잠시 수다도 떨고 아쉬운 마음에 기록도 남겼다. 경기를 할 때는 한없이 커 보이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다.



오랜 시간을 무거운 무게와 씨름했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도핑검사를 하면서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선수의 감정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매뉴얼과 규정만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한계를 들어 올리는 선수들에게도 힘겨운 순간은 있다. 특히 경기를 마치고 찾아오는 그 공허함과 피로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공감해 주고 기다릴 줄 아는 검사관의 역량이 바로 이런 순간에 빛이 난다.


그렇게 선수와 검사관의 완벽한 콜라보는 세계를 번쩍 들어 올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