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통역의 자원봉사 도전기] 국제기능올림픽
보르도에 와서 잠시 느낀 것만으로 감히 프랑스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한국 스타일에 오랜 시간 젖어 있었던 내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보르도에서는 편의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편의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한 골목에 몇 개씩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어서 간단한 생필품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대회를 개최하면 여러 편의사항을 고려해 방문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시키려고 하지만 이곳 보르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슈퍼마켓을 가려고 해도 트램(Tram)을 타고 두 정거장이나 이동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물이 부족하고 그 흔한 자동판매기조차 찾아볼 수 없다. 수돗물을 먹어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물속에 석회가루가 있어서 물을 끓이면 하얀색 가루가 그릇에 남아 선뜻 마시기에 망설여진다.
그나마 대회장 안에서는 각각의 경기장마다 생수가 공급되긴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생수병이 와인병처럼 근사하게 생긴 것 말고는 이곳 보르도는 항상 갈증을 유발하는 구조다.
물이 부족한 것은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도 마찬가지다. 호텔 입구에는 4성급 호텔이라는 표지판이 떡 하고 자리하고 있지만 물은 없다. 매번 안내 데스크에서는 생수가 다 소진되었다며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자판기가 없으니 물을 살 수도 없어 결국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
보르도에 오기 전 와인의 도시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와인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보면서 나는 기본적인 것은 갖춰진 상태에서의 낭만을 머릿속으로 그렸었는지 모른다.
와인은 있지만 물은 없는 곳, 예술은 있지만 섬세한 배려가 없는 곳 보르도에서는 정말 물이 귀하다는 사실을 목마르게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