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통역의 자원봉사 도전기] 국제기능올림픽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이제부터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아침 8시에 모여 간단한 보건. 안전 수칙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시작된 1일 차 경기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통역요원들은 지정된 자리에서 별도의 호출이 있을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이는 통역을 맡은 사람이 자국의 선수에게 우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도록 고안된 조치다.
다만 작업 중 부상이나 선수가 질문이 있을 경우에만 심사장의 허가를 받아 자국 선수를 위해 통역을 할 수 있다.
대기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통역요원이 여기에 온 것은 자국의 선수가 언어적 차별 없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통역을 맡은 사람들끼리 서로의 영어실력을 겨루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능올림픽 경기장은 특성상 기계 및 도구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소리로 매우 혼잡하다.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면 그 소리가 멀리 퍼져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통역을 맡은 사람들은 생소한 전문 용어나 익숙하지 않은 경기 운영 방식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물리적 소음도 무시할 수 없어 매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옆에서 묵묵히 대기하고 있던 중국과 일본 통역을 불렀다.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이 선수를 지원하는 것이지 우리끼리 서로 영어 대결을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모두가 격하게 동의한다.
그러니 우리 서로 통역하면서 협업하자는 나의 제안도 흔쾌히 수락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누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우거나 주변 소음 때문에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도와 정보를 제공하기로…
순식간에 나를 도와줄 든든한 통역이 2명이나 생긴 셈이다.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통역들의 콜라보로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