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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17. 2023

소방 서포터스를 키워라

[2023 안전 책임사회]

미국에서는 효과적인 화재예방을 위한 3가지 요소로써 기반시설(Engineering)과 교육(Education) 그리고 법집행(Enforcement)을 꼽는다.


이중에서도 교육은 소방이라는 공공재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도구로써 그 효용성을 갖는다. 교육을 통해 재난관리에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소방과 협업하는 든든한 안전 파트너가 생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3년 동안 대한민국 소방의 임무와 역할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 노력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이 비단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약 200여 편의 소방칼럼을 쓰면서 소방 전문지가 아닌 굳이 일반 매체를 선택했던 이유도 특정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대중들에게 안전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주제가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문화, 음식, 쇼핑 등 생활에 친숙한 소비 트렌드에 묻혀 큰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힘이 빠지고 외로울 때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그동안 발생했던 대형 참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가 모든 안전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목도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재난으로부터 준비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소방이 지향하는 목표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 걸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방청과 일선 소방본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전혀 세련되지 못하다.

전문가 협의체가 대학교수 일색으로 구성되는 것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그렇다 치더라도 소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대학생, 그리고 기자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소방의 조력자로 포용하는 데는 전략적으로 매우 서툰 모습을 보인다.


간혹 학생들이 소방서에 찾아오면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교육해서 보내고, 기자라도 오면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싶어 방어하기에 바쁘고, 예술가가 오면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인지도부터 따지고, 방송국에서 나왔다고 하면 MBC, KBS, SBS 등 방송 3사인지부터 먼저 따지는 그런 선별적인 자세로는 진정한 소방 서포터스를 확보하기 어렵다.


소방서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소방의 임무를 알리고 시민들의 역할을 교육해서 안전을 위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소방서인데 철저히 준비하지 못해 찾아온 사람들을 소홀히 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미국 소방에서는 소방서에 미디어 아카데미 과정을 만들어서 재난을 담당하는 기자들을 초청해 소방대원들과 함께 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재난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소방의 역할과 동선을 알려줌으로써 대응과정에서 무리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협조를 구한다는 의미도 있고 재난관리에 보다 깊이 있는 언론인을 육성함으로써 보다 폭넓게 안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도 정책기자단, 한국 119 소년단, 의용소방대 등 몇몇 기관과 단체가 구성되어 있지만 담당자의 전문성 부재, 잦은 교체 등으로 그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8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그리고 주한미군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기관에 많은 자문을 해 주었지만 필요한 답변만 받으면 연락을 끊기 일쑤고 소방대원을 인터뷰해서 기사라도 하나 쓰려면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왠지 될 수 있는 일도 꼬아버린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고작 7만여 명의 소방대원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안전을 전담하기란 어렵다. 재난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그 규모는 거대해지고 있으며 자연재해 또한 우리가 이룩한 것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결국 대응보다는 예방이 답일 텐데 왜 우리 소방은 그 답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왜 그 모든 짐을 혼자 지려고만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주한미공군오산기지소방서 #이건소방검열관 #이건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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