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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22. 2021

신이 숨겨놓은 직장, 주한미군

[나는 매일 미국으로 출근한다] 외전

직장과의 궁합


"Hello. Good Morning."

매일 아침 부대 정문을 지키는 미군 헌병에게 출입 패스를 건넨다. 패스가 스캔되는 동안 긴 호흡을 내쉬며 내 마음도 스캔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과정은 내가 올 해로 16년째 해오고 있는 습관인데 나에게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다.


마음을 스캔하는 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오늘도 내 삶의 방향점이 빗나가지 않기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 직장에서 제대로 밥값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일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이미 배웠으므로...      


그런 기도 때문이었을까?

만약 누군가 나에게 지금 당신이 얼마나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120퍼센트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26년 동안 세 번의 직장을 옮겼고 다양한 파트타임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지금의 직장과 나의 궁합이 참 잘 맞는다는 것이다. 사실 내 주변만 봐도 직장과의 '잘못된 만남'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기 때문이다.  


모두 다 그렇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으나 만약 자신의 성격이 원칙과 공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사기업보다는 그나마 공공기관이 어울릴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규정대로만 하면 그럭저럭 괜찮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 창조하고 도전하며 큰 성취를 맛보고 싶다면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민간기업을 찾아 나서거나 아니면 창업을 해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직장이란 다른 별에서 살아가며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매몰된 채 스스로를 소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직장은 내가 대하는 방식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언젠가는 이 놈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말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직장은 같은 방식으로 그에게 복수를 해 올 것이며 직장을 마치 경건한 성전에 입장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사람에게는 같은 방식으로 보답을 해 주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물론 나의 이런 경험치가 상당 부분 편협되거나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존재하긴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내 추론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쪽에 더 점수를 줄 수 있다.     


"먹고사는 일은 인생을 구하는 일이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직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자기 계발을 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다음에는 그동안 내가 감사하게 받은 것들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줄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가능한 곳을 가리켜 이상적인 직장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 행복의 상당 부분은 직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주한미군 취업에 관심을 가진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직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패스를 건넨다. <신이 숨겨놓았다>는 이 거룩한 직장의 한 구석이라도 오랫동안 차지하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도 함께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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