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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Jan 23. 2023

흡연자들에게 고함

[2023 안전 책임사회]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 "후~"하고 연기를 내뿜는 행위에 대해서 새해 벽두부터 달리 할 말은 없으나 불씨가 남아 있는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려 화재로 이어지게 만드는 무분별함 혹은 그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불은 누군가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보이는 것을 모두 잡아먹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버린 삶의 부산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안전 책임사회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목표가 아닐까?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해 있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는 2004년부터 '금연 기지(Smoke-Free Base)'를 만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흡연자들을 위해 공식 흡연장소도 만들어 놓고 있다. 건물에 '지정된 흡연장소(Designated Tobacco Area)'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흡연이 가능하다. 


처음 이곳에 발령을 받았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화재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검열관으로써 나름의 사명감이란 것을 가지고 있다. 비록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에 감사하고 또 만족한다. 


부대 안에서 운전을 하다가도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을 보면 바로 차를 세우고 그에게 다가가 담뱃불을 끄게 하거나 외부 계약업체 사람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계약 담당관에게 연락해 강력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흡연 문제가 쉽게 고쳐지지 않았던 한 업체를 10년 동안 따라다니며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었다. 관련 회사는 마지못해 부대 흡연 규정을 위반한 직원에게 한 달간의 무급휴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담배 한 번 잘못 피웠다가 한 달치 월급이 날아간다는 말에 처음에는 모두 긴장했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자 하나둘씩 적발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 노조에서도 너무 강한 처벌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바람에 다소 그 처벌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5년마다 부대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부대 소방서로부터 계속해서 날아오는 규정 위반 이메일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닌 데다가 이런 내용 때문에 계약처로부터 높은 평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재계약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담뱃불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큰 재산적 피해를 본 일은 없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화재는 소방서 입장에서는 여전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살면서 배출되는 여러 생각과 의견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불편함은 사람들을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분열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곳이 바로 민주사회다. 


하지만 어떤 사회인지를 막론하고 타다 남은 불씨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가 안전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의무 또한 중요하다. 시대가 바뀌고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자신이 사용한 불에 대해서만큼은 책임 있게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부주의로 인해 누군가의 집을 태우고, 빽빽한 숲을 태우고, 또 타인의 인생을 태우지는 말아야 한다. 확실하게 불씨를 제거할 능력이 안된다면 휴대용 재떨이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아예 이참에 담배를 끊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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