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건 Feb 01. 2023

안전의 이름표를 붙여라

[2023 안전 책임사회]

지난해 12월 점심 식사를 하러 여의도의 한 식당을 찾았던 경찰관 한 명이 병원으로 실려간 일이 있었다. 해당 경찰관은 냉장고에서 직접 물병을 꺼내 마셨는데 그것은 물이 아닌 락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아마도 식당 관계자가 청소를 하기 위해 담아 놓은 락스 물이 제대로 표기되어 다른 장소에 보관되지 않은 까닭에 실수로 냉장고에서 함께 섞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생활 속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안내 표지판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교통신호 표시판에서부터 금연, 유해물질 보관, 고압 감전주의, 공사장 출입통제, 소화용수 5미터 이내 주정차금지 등 다양하다.


모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표지판들은 적지 않은 피로감을 불러일으켰고 역설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과 관련된 것에는 정확한 이름표가 필요하다.


새로 건축된 건물에는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소방펌프, 완강기, 방화셔터, 비상등, 위험물 보관 캐비닛 등과 같이 다양한 안전 관련 시스템들이 설치된다.


하지만 각 제품마다 정확한 이름과 용도 등이 잘 부착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망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바뀌면 어떤 제품들은 왜 설치되었는지 그 사용 용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아 제대로 유지보수가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난의 절반은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할 것이다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직접 락스 물을 담은 사람이 그 물을 마시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냉장고 안의 그 물을 마실 것이다.


나의 무분별함과 게으름이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안전에는 정확히 이름표가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흡연자들에게 고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