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관, 파리를 달리다]
파리에 도착한 이후 두 번째 임무 수행을 위해 조금 일찍 경기장으로 향했다. 파리 제8구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그랑 팔레 (Grand Palais des Champs-Élysées)는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이자 박물관이다.
1900년에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졌으며, 하이앤드 브랜드 중 하나인 샤넬의 컬렉션을 개최하는 장소로도 잘 알려진 이런 장소에서 이번 올림픽의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개최된다.
거리에는 벌써부터 경찰과 군인들의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활기차 보인다.
어제부터 파리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장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해야 하다 보니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파리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을 켜니 원래 가기로 마음먹었던 경로가 정체 상태라고 나온다.
오늘부터 첫 야간 근무의 시작이라서 저녁 6시까지만 도착하면 되지만 비도 내리고 또 초행길이다 보니 미적거릴 필요 없이 다른 메트로를 이용해서라도 일찍 목적지로 향하기로 했다.
파리는 참 이상한 동네다. 비 오는 파리의 거리는 화면이나 사진으로 보면 너무 감성 있고 예쁘지만 정작 그 길을 걸어보니 거리에서 연신 피워대는 담배냄새와 섞여 무척이나 고약한 냄새가 난다.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건물이 워낙 커서 도핑관리실 위치를 찾기가 어렵다. 30분을 헤매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전조에 근무한 도핑관리실 매니저가 반갑게 맞아준다. 긴장 반, 스트레스 반인 상태의 나에게 예쁜 콜라까지 한 병 권하며 파리에서의 생활이 어떤지도 세심히 물어봐준다. 역시 친절과 배려는 만국 공통의 치료약인가 보다.
잠시 틈을 내어 경기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도핑검사에서 검사대상 선수의 동선을 사전에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중 하나다.
한국에서도 펜싱 국제대회에서 도핑검사를 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곳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성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요동친다. 올림픽이란 공간이 이런 곳일까?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이 멋진 곳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이나 행운이라 여겨지는 순간이다.
경기장 스케치를 마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6일 동안 어떤 사람들과 한 팀을 이뤄 검사를 하게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이렇게 역사적인 건물 안에서 나는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역시 파리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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