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월급에 대한 고찰

by 이건

서른, 잔치는 끝났다.

베스트셀러 작가 최영미 시인의 작품이다.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간 소득은 1천3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하물며 유명 시인이 이 정도인데 무명작가들의 소득이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가난한 시인은 하도 배가 고파 햇살을 먹었다고도 했다.


나 역시 1년 정도 오마이뉴스에 소방과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던 적이 있다.

아주 가끔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사를 써서 1면 탑에 배치되기도 했다.


송고된 글은 편집부의 검토를 거쳐 4단계로 분류된 뒤 기사로 배치된다.

단계에 따라 원고료가 차등 지급되는데 잉걸은 2,000원, 버금은 15,000원, 으뜸은 30,000원, 그리고 100편의 칼럼을 쓰는 동안 딱 7번 받았던 오름 단계가 60,000원이다. 그렇게 해서 받은 원고료를 모두 합하면 2,150,600원이다.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내 고민의 총량에 비해서는 왠지 부족한 느낌이다.


220만 원.

격일로 밤을 새우고 내가 받는 월급이다. 그러고 보니 한 달 월급이 1년 동안 썼던 원고료의 총액보다 많다. 월 단위로 보면 저녁 6시부터 아침 7시까지 15일을 근무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24시간을 일해야 한다.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휴게시간이 주어지므로 꼬박 밤을 새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꿀잠을 잘 수는 없다.


혹자는 경비원을 청소나 하고 재활용품을 분류하며 택배를 보관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관행이 굳어진 슬픈 현실일 뿐이다. 경비원의 임무가 기본적으로 도난과 화재를 예방하고 혼잡한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 행하는 공경비와 일정 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공익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건강해야 하며 책임감도 필수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과 기동성, 그리고 위기 대처능력도 요구된다. 그저 어느 코믹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경비실에 앉아 라면이나 끓여먹고, 간간히 소주도 한 잔씩 걸치거나 편안하게 두 발을 의자에 걸치고 쉴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일부 무뇌충들이 지끌여대는 누군가의 하인이나 종은 더더욱 아니다.


어두운 밤.

11개나 되는 건물을 혼자 살피는 일은 쉽지 않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구조물들이 넘어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하고 폭우라도 내리면 흠뻑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느낌이 싸늘한 날이 있다.

그럴 때는 랜턴을 이리저리 비춰보기도 하고 차에 앉아 문을 모두 잠그고 옆에 작은 무기도 하나 챙겨둔다.


몰랐다.

나중에 경비업법을 보니 경비원은 경적. 단봉. 분사기. 무전기 등 행전안전부령에서 정한 장비 외에는 무기를 지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근무 중에 무기를 지참하면 관련 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근무 중에 도둑이나 강도를 마주친다면 맨 손으로 제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220만 원이라는 가격에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위험성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배가 고파서 햇살을 먹고 또 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서 무서움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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