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일간의 기록 후기

by 이건

2020년 11월 22일.

마침내 189일간의 의미 있는 여정을 마쳤다. 사실은 조금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결국 욕심이었다. 지난 5개월 동안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경비원 일을 병행한 탓인지 그만 오른쪽 발에 무리가 온 것이다.


주사를 맞으면 괜찮다가도 며칠 지나면 다시 재발한다.

원래 하고 있는 직업인 소방검사는 화재예방을 위해 건물 이곳저곳을 걸어야 하는 일이 많은 데다가 경비업무 또한 계속 순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이 많다. 퉁퉁 부은 발로 인해 기동성이 떨어지니 삶의 질도 하향곡선이다.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온 거라고 직감했다.


늦은 봄부터 이른 겨울까지.

2020년 한 해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모두가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게다가 주한미군 동료들도 힘내라며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계속 이 일을 했던 것일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왜 고집을 부렸던 것일까. 야간 일을 하느라 잠을 쪼개 자면서도 소방서에 출근하면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주말에도 경비일을 해야 하니 식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매일 평택과 화성을 오가면서 혹시 내 삶의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왜 그토록 화가 났었는지도 묻고 또 물었다.


잘못해서 벌을 받으면 아파도 후련한 법이다.

부어오른 오른발을 보니 내 무능함과 나태함에 대한 죗값을 치른 것 같아 어느 정도 화가 풀린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일이 감사하다.

그만두기 하루 전 후임자를 만나 인수인계를 하고 그동안 정들었던 회사의 이곳저곳을 사진기에 옮겨 담는다.


야간 경비원 189일.

내 인생에 정말 값진 기록의 하나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이 글을 통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경비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