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이유
내가 야간 일을 시작하면서 사용하게 된 공간은 1평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포근한 공간에 안겨 혼자 일하고, 먹고, 사색하고, 말하고, 때로는 다른 이를 그리워한다.
20여 년 전 공군 헌병으로 복무하던 시절에도 혼자 초소를 지켰었다.
강원도 화천의 대성산. 1097미터의 정상에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통제구역.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특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이 있었다. 말로는 감히 표현하기 어려운 일출과 일몰에 감사했고, 내 발아래 펼쳐진 구름바다에도 행복했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는 또 다른 초소에 서 있다.
처음에는 무급휴가 기간을 버텨내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택한 일이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 맞는 경비원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가뜩이나 소심한 사람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주위의 모든 일들이 다 감사의 이유가 된다.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주는 것, 수고하세요 하며 건네는 커피, 일찍 퇴근하라며 자신의 출근시간보다 훨씬 앞서 나오시는 반장님, 늦은 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야옹이까지도...
모두가 나를 살게 하는 연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