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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15. 2021

신이 숨겨놓은 직장, 주한미군

[나는 매일 미국으로 출근한다] 외전

2%의 차이  


2013년 <주한미군 취업가이드>를 출간하고 주변 지인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 화성의 한 예쁜 카페를 빌려 첫 번째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는 일회성 이벤트였으나 예상외의 반응과 출판사 대표님의 조언에 따라 세미나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주한미군 취업에 관한 꿈을 나누었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는 전화나 이메일과 같은 언택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세미나를 하다 보면 소위 '되는 사람'과 '뭘 해도 안 될 것 같은 사람'의 유형이 보이는데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비슷해 보여도 되는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그 '무엇'이 내재되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번 세미나에는 내 눈을 번쩍이게 만드는 에이스가 꼭 한 두 명씩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 당장 주한미군에서 일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한 사람들이다. 관련 분야의 학력은 물론이고 경력과 자격증, 그리고 본인의 전문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실력까지 모두 겸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모두 취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면접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최종 합격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것들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성은 기본이고 도전과 봉사정신,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상황 파악 능력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이 주한미군 취업은 물론이고 취업 이후에도 롱런할 수 있는 훌륭한 연료가 된다.


그동안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호기심에 참석한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유형은 세미나가 시작되고 참석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지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저마다 나열하는 화려한 경력과 스펙에 기가 죽어 금세 자신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은 주한미군에 취업하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았거나 혹은 그런 제안을 받은 사람이 정말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로 대단히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기도 한다.


세 번째 유형은 대기업 사원, 직업군인, 그리고 의사, 공인회계사, 조종사 등 전문직으로써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돈을 떠나서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나 워라밸을 따져보고 소위 '저녁이 있는 삶'도 꿈꾸는 사람들이 해당되며 스펙과 경력면에서는 주한미군 취업에 가장 근접해 있다.


보통 이 유형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이력서를 준비해 온다든지, 미리 작성해온 구직신청서를 검토해 달라고 하는 등 엘리트답게 철저한 사전 준비가 특징이다.  


네 번째 유형은 어설프게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도, 또 미국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도는 방황하는 영혼들로 영어는 보통 이상이지만 대체로 내세울 만한 경력이나 전문분야가 없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주한미군에 입사하는 것이 간절하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마지막 유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앞에서 소개한 '뭘 해도 되기 어려운 유형'에 해당한다. 기본기가 부족한 사람들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면 세미나에 지각하는 사람, 세미나를 신청해 놓고는 아무 연락도 없이 불참해서 다른 사람까지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 진행자의 말을 수시로 끊고 자신의 질문만 반복하는 사람,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세미나를 통해 어설픈 인맥을 구축하려는 사람,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하소연만 늘어놓는 사람,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없을 텐데도 결코 메모를 하지 않는 사람 등이 있다.


세상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도전해서 뛰어넘어야 할 장벽들을 가지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지면 대체로 그 '무엇'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바로 성공과 실패,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결정짓는 2%가 된다.  


세미나라는 장소가 다수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참석한 사람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거나 주차공간을 안내한다든지, 또는 세미나를 마친 후에 자리를 정돈해야 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2퍼센트가 다른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 역할을 기가 막히게 찾아서 해내곤 한다.


결국 2퍼센트의 차이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절묘하게 찾아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능력으로 귀결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에는 경험 부족이라는 변명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그 서투름이 결코 모든 상황을 대변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한미군 입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그래서 일도 일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그 '무엇'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국적을 떠나서 그 2퍼센트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만들고 그것이 결국 인생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마다 각자 필요한 그 '무엇'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 인생 전반에 대한 겸손함, 주위의 훌륭한 멘토, 독서나 메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그 '무엇'을 찾아내야 한다.


결국 그 2퍼센트가 나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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