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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May 16. 2021

신이 숨겨놓은 직장, 주한미군

[나는 매일 미국으로 출근한다] 외전

세상에 공짜는 없다


Daum 카페의 <주한미군 취업가이드>나 이메일과 같은 언택트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 면에서 메시지 전달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필요할 경우에는 직접 대면을 하기도 하고 또 전화로 통화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글로 적자니 자칫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세심하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일일이 글로 적는 것은 오히려 일이 되므로 연락처를 달라고 하고는 직접 전화를 할 때도 많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노 매력(남. 가명)씨는 기계일을 하는 사람으로 어떤 때는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통화 내내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월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주한미군에 왜 입사를 하려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런저런 하소연도 들어주고 온갖 질문에 조언을 건넨 후 도전을 응원한다는 말로 무려 한 시간 가까이나 되는 상담을 마친다. 물론 그 당시에는 상담료가 모두 무료였다.  


문제는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지금 통화가 괜찮으신지..."를 묻는 사전 문자도 없이 마치 친한 사이나 된 것처럼 갑자기 전화를 해서 온갖 질문들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수 차례 통화가 이어지자 피로감이 몰려온다.


월 천만 원을 넘게 번다고 자랑하던 매력씨는 항상 입에 발린 소리로 감사만 표시하고는 그 흔한 커피 기프트콘 하나 보내는 법이 없다. 명절 때도 카톡 안부 문자 한 통 없다가 어설픈 잔기술이 담긴 인사말로 포장하고는 또다시 위로와 답변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내가 소비당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갑자기 본전 생각이 난다.


2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 못지않게 아픈 경험을 했던 "No Money, No Deal!"의 원칙이 떠오른다.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건넨 전화번호를 남용하는 기본기가 부족한 얌체남의 전화번호를 차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보통 우리 세계에서는 이런 유형을 '모기'라고 부른다. 내가 너무 모진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지 주위 선배와 이야기도 나눠보았는데 이미 수차례 비슷한 경험을 한 그 선배 역시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개념 없는 사람들은..." 하면서 더 흥분한다.


말로 하는 것이 무조건 공짜는 아니다. 비단 골프에서만 원 포인트 레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 한마디에 인생의 방향이 180도 바뀐 사람들도 여러 번 보았다.


감사의 표현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학생은 앞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니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도 감사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것이고 직장인의 경우에는 감사의 정도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표현은 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감사의 표현은 만 원 미만으로도 충분하며 흔히 영화 속에서 나오는 접대는 아닌 것이다.  


간혹 별 볼일 없는 조언을 해 주고는 감사의 크기가 작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는 과감히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감사를 표현하지 않거나 방법이 서투를 수는 있어도 감사하다는 순수함은 결코 선물의 크기로 결정할 수는 없으므로 더 큰 대가를 원한다면 정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서 당당하게 비용을 요구하면 될 일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나누는 이들도 결국은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의 부족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을 정성으로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내가 그를 챙기는 만큼 그도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의 관계를 마치 한없이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이나 부모님과의 관계로 착각하지 마라. 이것을 알지 못하고 의도적이든 혹은 의도하지 않든 간에 모기처럼 빨대를 자주 꽂는다면 마치 한 여름 모기처럼 제 명에 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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