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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Oct 09. 2021

‘자녀 패스’ 단상

한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도 역대 최저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0.84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002~2016년 연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 7771명, 지난해 27만 2300명으로 내려 앉았다. 불과 4년 새 출생아 수는 4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손쓸 틈 없이 급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5명이 만나야 2명이 태어나는 기형적인 ‘인구 절벽’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막을 대책은 없어 보인다.  



▲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합계출산율과 출생아수 변화 추이. 그래픽= Koo


70년대 100만 출생아를 보유했던 한국은 어떻게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을까? 작금의 저출산 문제는 한국의 지난 경제 성장 뒤에 숨겨진 문제들의 단면을 내밀히 보여준다. 다만 두려운 점은 저출산의 원인이 결코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저출산은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다. 10년 넘게 청년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집값 또한 끝없이 치솟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7억2천만원수준이던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값은 4년 4개월만에 2배 넘게 폭등했다. 전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서만 20.88% 오르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후인 2001년 19.19%를 뛰어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결혼부터 막막하다.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육아 및 교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65년에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생산 연령 인구(15-64세)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40년 기준 노년 부양비(명)는 64.9로 22.3을 기록한 작년보다 3배 늘어난다. 청년에게 희망찬 미래가 없으니 예전처럼 ‘덮어놓고 낳을 수’만은 없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청년 정책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일자리, 주거, 교육 등 5개 분야를 골자로 한 청년 정책이 포함됐다. 집행 예산은 매년 20조원을 웃돈다. 뜻은 알겠는데 뭔가 찜찜하다. 이번 청년 정책이 역대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서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웠다. 올해 수립된 4차 기본계획까지 20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여당도 야당도 지지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되는 ‘5년짜리 정책’으로는 수많은 이해 관계를 정립할 수 없다. 인구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이 한국의 인구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라고 입 모아 말한다. 과연 한국 사회가 체질 개선에 성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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