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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Z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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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Aug 28. 2021

MZ세대가 이끈 ‘해외주식 열풍’, 안전한 투자는 없다

일정한 노동 소득만으로는 요원해진 내 집 마련은 청년층의 주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2008년 5% 대를 유지하던 한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0.5%로 바닥을 찍어 ‘제로 금리’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역대 최저치의 이율을 적용하는 각 은행별 적금은 매년 치솟는 물가 상승률도 따라잡기 벅찬 모양새다. MZ세대는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 은퇴를 꿈꾼다’는 매력적인 꿈은 차치하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재테크로 눈을 돌렸다.


MZ세대 대표 키워드 ‘투자’


현재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바로 ‘투자’다. 젊은 세대가 다양한 투자를 도모하는 것은 내수경제 활성화와 국가와 기업의 성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수많은 투자 수단 가운데 이들이 주식에 몰두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 MZ세대는 젊은 직장인과 사회 초년생, 학생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들은 비교적 많은 자본이 필요한 부동산 등의 대형자산 대신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을 선택했다. 다양한 재테크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버들은 ‘주린이’(주식+어린이)를 겨냥한 각종 금융 컨텐츠를 통해 MZ세대의 주식 입문을 도왔다. 군인 투자자와 청소년 투자자를 일컫는 ‘병정개미’, ‘소년개미’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올해 2월 출범한 토스증권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서비스를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2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그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해 주식시장에 대한 청년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가늠케 했다.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 증시가 폭락한 작년 초 미국 나스닥 지수는 3월 19일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해 약 3개월만에 신고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상승에는 2008년 벌어진 세계 금융위기의 재발을 우려한 미국의 발 빠른 대처가 주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파격적인 부양책을 발표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의장은 지난해 3월 기존 1.25%였던 미국 기준금리를 0.25%까지 끌어내렸다. 이어 파월 연준 의장은 2023년까지 미국 금리 동결을 시사하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웠다.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은 막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연일 폭등하는 미국 증권 소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나 카카오 등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상하한선 제도가 없는 미국 주식에 열광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30%의 상하한제가 있는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상하한제가 없어 주식의 급격한 변동성을 억제하기 힘들다. 주식으로 일정 수익 발생 시 22%의 양도소득세가 투자자에게 부담되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 비율은 30대가 37%, 20대가 27.5%로 뒤를 이었다. 2030 세대의 비중은 1년만에 27.7% 증가하며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을 넘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젊은 서학개미’의 등장이다.


2030의 투자법…‘밈 주식’, ‘빛투’, ‘영끌’


‘젊은 서학개미’의 출현은 위험분산, 국내 주식시장 대비 많은 투자기회, 역사적으로 높은 미국의 시장 수익률 등 여러 요소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증시 주도 현상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띈다. MZ세대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약자)으로 대표되는 우량주에 투자하기 보다는 주가의 변동이 큰 ‘한방’ 주식들에 몰렸다.


최근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주식이 있다. 바로 ‘밈 주식’(Meme stock)이다. 밈주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인기를 끌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말한다. 올해 초 공매도 세력에 맞선 전세계 개인투자자가 몰려 화제가 됐던 ‘GME’(게임스탑)가 대표적인 밈 주식이다.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인 GME는 그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소개된 후 상황이 달라졌다. 레딧에 모인 젊은 개인투자자들은 증권 기관의 무차입 공매도에 분노했고 이는 GME 주식의 강력한 매수세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도 지난 1월 트위터에 게임스탑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을 응원했다. 국내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게임스탑 사태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 결과 작년 말 19달러를 밑돌던 GME의 주가는 올해 1월 27일 하루만에 134% 폭등한 347.51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27일 장중 500달러를 돌파했던 GME의 주가는 다음날 193.6달러로 44% 폭락했다. 지난 2월 18일에는 50달러 선이 붕괴되며 한달도 채 안돼 40.6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3월 국내 주식 커뮤니티에는 “게임스탑에 전세금을 담보로 ‘영끌’(영혼을 끌어 모아 투자)해 ‘빛투’(빛내서 투자)를 했으나 금액의 80%를 손실봤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극장기업인 AMC가 새로운 밈 주식으로 등극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 첫째 주 AMC의 매매 결제대금 합계는 6300억 원으로 해외주식 중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만 2350% 급등했던 AMC는 8월 기준 고점 대비 -40%대에 주가를 형성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안겼다.


투자’ or ‘투기’


실제 기업가치와 동떨어진 밈 주식에 눈이 멀어 빚을 내고 전세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하는 젊은 서학개미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금융 문맹’이라고 불리던 기성세대에 비해 MZ세대가 투자에 갖는 관심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래 경제를 주도해 나갈 MZ세대가 도박과도 같은 한탕주의에 매몰된 ‘투기’를 한다면 이는 국가나 개인에게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잃은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경력이 길지 않은 어린 투자자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다. 주식 열풍 속 본인의 선택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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