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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Aug 28. 2021

메타버스, 거울 속 또 다른 나를 만나다

신세계의 등장이다. 가상 공간에서 블랙핑크의 사인회가 열린다. 대학 축제도 마찬가지다. 화폐까지 가상으로 만들어 버린 현시점,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빠르게 변모하는 기술 환경 속 가상 세계의 출현은 어쩌면 예고된 미래였다.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세계. 바로 ‘메타버스’다.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저서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및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지난 2016년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사회 및 경제 구조를 일컫는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가상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CPS)이 큰 주목을 받았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며 가상물리시스템을 접목한 기술들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메타버스의 핵심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산업 또한 올해 빠르게 성장했다. 대중들은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장했다.


▲ 제페토가 디즈니·픽사와 협업해 만든 ‘토이스토리’ 공식맵 장면. 실제 사람과 함께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다. 자료= 제페토 캡처


트렌드에는 돈이 몰리기 마련이다. 변화를 감지한 개인과 기업들은 재빠르게 ‘메타버스행’ 열차에 탑승했다. 네이버 Z가 출시한 증강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는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의 80%가 10대인 제페토는 자신과 비슷한 아바타를 생성해 가상 공간인 맵(Map)과 의상 등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놨다. ‘게임 만들기’ 기능도 지원하는 제페토에서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게임 등의 놀 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 기능을 통해 아바타 의상 디자이너, 가상 공간 건축가로 일해 실제 수입을 얻는 이들도 있다. 최근 YG와 빅히트로부터 12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제페토는 더욱 다양한 산업에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포트나이트’ 내 가상 공간 파티로열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 장면. 실제 콘서트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자료= 트래비스 스캇 유튜브 캡처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게임 ‘포트나이트’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세계 3억 5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포트나이트는 일반적인 게임과 차이점을 가진다. 포트나이트 내 ‘파티로열’은 이용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작년 9월에는 방탄소년단이 파티로열에서 본인들의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했고, 미국의 유명 가수 트래비스 스캇은 콘서트를 개최했다.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관람한 스캇의 콘서트는 입장료와 아이템 판매로 약 220억 원의 수입을 달성하기도 했다. 관중들은 파티로열에서 콘서트를 관람하며 자신의 아바타로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등 포트나이트에서 새로운 문화 활동의 장을 만들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작년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게임 ‘동물의 숲’에서 선거유세를 했고, 미국 UC버클리대학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실제 총장의 연설, 학사모 던지기를 포함한 졸업식을 진행했다. 국내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직방’은 자신의 아바타로 플랫폼에 입장해 원격근무를 진행하는 등 현실 세계에서만 이루어지던 활동들이 메타버스로 옮겨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올해 460억 달러에서 2025년 2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VR, AR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디지털 뉴딜 2.0의 주요 키워드로 메타버스를 선정해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처럼 현실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코로나19 이후의 현실과 메타버스가 공존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보장된 미래는 아니지만 메타버스의 등장이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마주한 ‘현실’보다 가상 공간 속 ‘자신의 모습’이 매력적이라면 더 많은 이들은 메타버스로 향할 것이다. 일상과 취미 생활을 넘어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메타버스는 그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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