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슉업
오늘은 All shook up (올슉업) 뮤지컬 대본 리딩을 했다.
유튜브를 통해서 두 번 이상 보긴 했지만 풀 영상은 고등학생들이라 그런지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해야 할 지 아직 감이 안온 상태로 리딩을 시작했다.
9년 전 세종대 다닐 때 (자퇴했지만..) 연기를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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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하며 읽기
상황을 상상해야 한다. 소설을 읽을 때와 똑같았다. (내가 상상하며 읽으라고 가르친다.)
인물이 등장하기 전에도, 뭐 하고 있었나를 생각해야 살아있는 대사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상황을 모르면 대사나 행동이 어색해진다.
이를테면, " 너 뭐 해?" 라는 대사가 있다 치면, 이 대사는 두 인물이 놓인 상황에 따라 완전 다르게 연기해야 한다.
상황1) A가 B에게 매우 화가난 상황
상황2) A가 B에게 궁금해 하는 상황
상황3) A가 B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는 상황
모두 뉘앙스가 다르지만 대본은 글 이기 때문에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니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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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뮤지컬 또한 연기의 일종이며 이를 문학으로 굳이 바꾸자면 극 문학 정도로 바꿀 수 있다.
소설에서는 캐릭터의 성격과 인물간의 갈등구도가 핵심요소인데 이 갈등들로 모든 상황과 대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건과 상황에 따라 호흡을 바꿔서 대사를 해야한다.
그렇기에 인물간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상상을 하며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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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너지
대화를 하는 배우들은 자연스레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예를 들어보자.
A배우가 B배우에게 화를내며 엄청 강한 에너지를 던졌다면 B배우의 반응에 따라 갈등 구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예시1) A와 B가 팽팽히 대립할 때.
이럴 때는 A배우가 강한 에너지로 던지면 B배우 또한 강한 에너지로 반박해야 한다.
예시 2) B가 A를 무서워 할 때
이럴 때는 A배우가 강한 에너지로 던지면 B배우는 조금 약한 에너지로 반박해야 주눅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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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는 배우들은 에너지를 주고받는데, 그 에너지 전달은 호흡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마지막에 핀치를 떨어뜨리면 상대 배우가 낮은 에너지를 받게 되어 상황을 그리기가 애매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A : 그만 좀 빈둥 대! 아침부터 뭐하는거야!
B : 엄마는! 맨날 나보고만 그래!
A의 대사에서는 화내는 느낌이 역력하다. 때문에 마지막 부분인 뭐하는거야! 에서 옥타브를 낮추거나 에너지를 낮게 내면 안된다. 그리되면 B가 강하게 부딪혀야함에도 어색해서 그러지 못한다. (뭔가 화를 내다 말았는데 다시 화를 내는게 이상해보인다.)
그러니 더 세게 내고 올려서 내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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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달
전달 또한 에너지로 생각할 수 있다.
일단 표현을 굉장히 과장해야 해야 한다.
뮤지컬은 일상이 아니라 무대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관객과 거리가 멀고, 관객은 배우의 몸짓과 행동을 잘 알아볼 수 없다. 그러니 과한 몸짓과 대사를 해야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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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뮤지컬은 유흥을 위해 존재한다.
즐거워야 한다. 지루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배우들의 목소리, 톤, 에너지가 계속 비슷하게 유지된다면 지루해진다.
때문에 높낮이를 더 크게 오바해서 해야하며, 각 배우들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서로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라면 맡은 배역에 따라 내는 에너지를 완전히 다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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