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작가 50집 필패, 화무십일홍
선작가 50집 필패
최근 "승리 게이트" 가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승리의 관상을 평가한 2012년도에 작성된 글이 화제인데, 어린나이에 큰 성공을 이루나 30대 이후 모든 것을 잃을 "화무십일홍" 상이라고 한다.
화무십일홍이란 일찍 피고 일찍 지는 꽃으로, 지금 승리가 놓인 상황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둑에도 이와 비슷한 문장이 있는데 선작가 50집 필패. 즉, 초반에 50집을 확정으로 가지면 진다는 말이 있다.
선작가 50집 필패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첫 번째는 초반에 벌어들인 큰 이득에 안주하다가 결국 바둑을 지게 되는 교만과 나태를 뜻하며, 두 번째는 그 50집을 만들기 위해 대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잃은 소탐대실을 뜻한다.
이번 대국은 나의 흑번이었는데, 초반 난투의 성공으로 확정가를 미리 얻었다.
우변을 크게 확보하고 만족스러웠던 것도 잠시, 좌변에서 좌중앙에 이르는 압도적인 세력에 혹시 모두 집이 될까 덜컥 겁이났다.
사실 나는, 집을 확보하더라도 최소한 저렇게 꽁꽁 둘러 쌓인채 철벽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했지만 확정가 50집 이라는 눈 앞의 열매는 달콤했고 덥썩 물어버렸다.
지옥은 그 이후에 시작됐다.
어찌됐든 나의 선택에 책임져야 했고 백의 대 세력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초반의 이득 때문에 생긴 상대의 철벽 때문에 그 후에 둔 돌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어디로 가도 상대의 철벽과 마주치게 됐다. 결국 나는 내 무덤을 파놓았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내가 만든 결과와 마주할 시간이 된 것 뿐이었다.
상대가 응수만 제대로 한다면 꼼짝없이 죽을 처지였고, 이제는 상대의 실수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욕심부리지말고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면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이번 승리는 나의 실력이 아닌 상대의 실수로 인해 거저 얻은 것이다.
상대가 고수라면 나의 욕심을 이용할 수 있으다. 먼저 지은 50집이 나의 마지막 집 일 수 있으며, 어찌보면 내가 원해서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사석작전에 걸려든 것 일수도 있다. 그걸 모르는 것 일 뿐.
교만은 나태를 부르고
나태는 방종을 부르며
방종은 파멸을 부른다.
때로는, 너무 이른 성공이 큰 실패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눈앞의 이득이나 때 이른 성공을 바라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걸어나가야 하며 이른 성공을 거두더라도 안주, 나태, 교만하지 않는 것이 궁극적 성공으로 가는 길 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