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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Dec 10. 2019

온고이지신 : 틀려야 배울 수 있다.

틀리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틀려야 배울 수 있다>
: 틀리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때때로 우리는 틀리거나 잘 못 된 길을 걷거나 실수를 할 때, 인정하지 않거나 또는 자책하며 부끄러워하곤 하지만 이는 감사해야 할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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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학생 때 나는 전교꼴찌였다.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시험 점수는 2~30점을 오가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공부는 무슨 당장 내일도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기만 하는 아무 생각 없는 소위 급식충 이었다.

그랬던 내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시작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게, 나이가 많음에도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 조차 모르거나 잘못알고 있었는게 꽤나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의 무지를 인정했다. 단지 그동안 내가 안 한거고 그 결과로 인해 모르는 거니까 깔끔히 인정해야 했다. 인정을 하면서 개선이 시작됐다.

문제를 풀기만하면 엄청나게 틀렸지만 한 번 틀린 것들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써놓고 외우고를 반복했다. 조금씩 틀리는 문제가 줄어들었고 개선해야 될 것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던 100점이라는 점수가 수능 성적표에 가득했고 지금의 내가 있다. 고등학교 때의 내 모습만 기억하는 동창들은 "쟤 거짓말 하는거 아냐?" 라고 말 할 만큼 내 모습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들의 의심만큼 우리는 자기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경험에 익숙치 않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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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개선은 인지에서 시작하여 근본적인 궤도 수정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많은 분야에서 각자의 단어와 문장으로 형용하는데 몇 가지 사례만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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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둑이 끝난 후 되짚어 보는 "복기"

복기란 바둑이 끝난 후 "이랬다면 어땠을까?" 를 상대와 이야기하며 뒀던 수를 반성하는 바둑의 마무리 과정을 의미한다. 복기는 실력향상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프로 뿐 만 아니라 실력이 어느정도 쌓여서 그 과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우라면 누구든 복기를 하며 반성한다.

사실 이세돌 정도의 신의 경지에 있었던 프로기사 조차 매 판 마다 실수를 한다. (실수라기보다는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잘 두면 잘 둔대로, 못 두면 못 뒀으니 개선할 여지가 더 생긴다.

이런 이유로 서로 완벽한 대국은 역사상 단 한판도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대국이 끝난 후 서로가 서로의 문제점을 짚어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둑의 복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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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일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일기를 쓰라고 한다.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를 돌아보며 무엇을 얼마나 잘 못 했는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를 명시해놓고 조금씩 수정을 하는 것인데,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반성하는 성찰의 과정이 없으면 숙제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 또한 같은 방법으로 일기를 쓰고 하루를 돌아보며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고쳐야 할 지를 반성한다.

요즘같은 연말이면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떤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할 지를 계획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계획한다. 설사 그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 반성하고 개선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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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답을 정리하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행위는 내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앞서 말한 것들은 다른 분야의 다른 말이지만 이들은 모두 온고이지신이라는 맥락에서 같은 의미를 품고 있는데, 틀리면 배우면 그만이다. 심지어 틀리지 않으면 더 나은 방법을 배울 수 없기까지 하기에 오답은 그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현실적으로 문제 정리와 개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과정은 "오답노트"에 가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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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제를 기록하고 개선하는 "오답"노트
효과적으로 오답을 정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를 논리적으로, 근거를 들어서 설명한다.

생각의 근거가 없거나 논리가 완전히 틀려먹었다면 오답을 할 게 아니라 행동에 근거를 만드는 것부터 해야한다. 절대 그냥 하는 행동이 있어도, 나조차도 이유를 모르는 생각이나 행동이 있어서도 안된다.


2) 그 생각이 틀렸다면, 왜 틀렸나?

내 생각이 틀렸다면 틀린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가 있을수도 있고, 근거를 잘 못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는 논리가 근거에 꼭 들어맞는 논리가 아닐 수도 있다. 내 생각이 틀린 원인을 찾아야 한다.


3)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문제를 알아냈으니 개선할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2번 까지 소화를 했더라도 자의로는 도저히 고치지 못하는 문제 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몸에 장애가 있는게 문제였다거나) 그렇다면 전략을 세워야한다. 애초에 그 문제가 고려 요소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것들은 별도로 정리해서 기록해두거나 일기장에 기록해두고 상시로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용도로 사용하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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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도 복기를 한다. 뭐든 틀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니다 틀려야만 배울 수 있다. 또, 아무리 잘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꾸만 틀리고 또 배우면서 모르는게 없어지면 더 잘하게 되고, 문제를 찾아 실수할 가능성을 줄이면 강해진 실력이 굳건해지며 더 완전해지게 된다.

아무리 쉬워도 모를 수 있다. 그건 부끄러워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내 실수와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 것은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한다. 모르면 알면 되고 잘못된 건 고칠 수 있지만 아는 척 하는 병에는 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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