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Jun 23. 2020

아이돌이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열심히 하지말고 잘 해라' 라는 말의 진짜 의미

오픈채팅에서 상담을 자주해준다. 그 중 한 달에 한 번 꼴로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진로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이 꼭 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객관적으로 춤, 노래를 잘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 건지, 정말 재능이 있는지, 그리고 주목 받을만한 외모인지를 물어본다. 지금까지 한 열 명 정도 상담을 해 본 바로는 모든 학생들이 '되돌아보니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재능은 없는 것 같고, 주목받을 외모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꼭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덧붙였는데 어떻게 노력할거냐 라고 물어보니 '열심히 하겠다' 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열심히 뭘 할 거냐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말문이 막혀서 채팅을 끊고 나갔다.

사실상 상담은 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돌 스타 정도의 난이도라면 열심히만 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닌데, 심지어 이 정도도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열심히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있었던 셈이다. 이런학생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서 '노력' 과 '열심히' 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다.

그 어떤 것이든 도달하고자 하는 위치가 높다면 열심히는 기본이다. 범인은 감히 넘 볼 수 없는 곳을 겨우 기본만 해서 획득하려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다만 노력의 종류가 다르다.

노력은 어디까지나 선택이며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양과 질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따른 아웃풋도 엄청나게 차이난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명목상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생각해보거나, 본인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유튜버 보다 수익이 낮다고 현타가 온다며 울부짖은 연대생의 사례나, 엄청난 공부 없이는 결코 판검사, 의사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비교해보면 노력의 양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평범한 우리가 노력이라고 부르는 '노력을 위한 노력'은 그야말로 삽질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멍청한 노력이다. 그 노력으로는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가장 먼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게 돈인지, 명예인지, 돈이라면 장기적 수익인지, 안정적인 수익인지, 단기적이고 폭발적인 수익인지. 똑같은 '돈'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지만 모두 결이 다르고 투자해야 하는 노력의 양질이 다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목표가 뭔지를 결정한 후, 어떻게 하면 더 뛰어날 수 있을지, 지금 가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그 목표에 도달 할 수 있는 노력의 인덱스가 나오고 투자의 방향이 잡히는 것이다.

즉, 노력은 오직 '잘 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조차 모르는 노력을 습관처럼 하게된다. 이 습관은 소위 공부습관 처럼 좋은 습관이 결코 아닌데, 본인 딴에는 그래도 노력하고 있으니 합리화하게 되고 결국 '잘하겠다' 라는 생각을 지워버린다. 성장의 재료가 사라지는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박은 운칠기삼이지 ㅋ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