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Jun 30. 2020

실패의 가치


"대표님이 하신 실패의 경험은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제 3년 전 부하직원으로 있었던 친구를 만났다. 뭐 자주 만나긴 하지만 만날 때 마다 그때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어떻게 잠 안자며 일을 했었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하지말고 이렇게 했었어야 했다'는 후회의 말까지. 지금은 그때를 분석하며 수백 번도 더 오답노트를 썼으니 무엇이 패착이었는지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복기가 끝났지만 이미 나의 한 판의 바둑은 2018년도에 끝이 났다.

당시에는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4년 넘게 쌓아왔던 결과물들이 한 순간에 산화했음은 물론이고 -9자리에 육박하는 통장잔고까지. 당시의 나로서는 실패는 당당히 마주하기엔 정말 엄청나게 강한 놈이었다. 실패는 너무나 큰 대가를 원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아웃풋은 악마의 고무고무 열매나 만화경 사륜안 정도라고 봐도 될만큼 인풋보다 더 컸다. 실패값을 지불하면서 받은 경험은 실패의 고통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앞으로 몇 껍질 더 벗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실패를 겪고 난 나는 탈피를 한 번 해냈다. 이제 내 문제가 뭔지 명확히 볼 수 있게 됐고, 본질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됐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뭐 이 능력이면 그정도 쯤 충분히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충분히 과거의 실패에 감사하고 있고 아직 온전히 이겨내진 못했지만 앞으로 조금 씩 더, 더 큰 가치를 얻게 될 것을 믿는다. 내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테니까. 시간이 흐른 후 오롯이 결과로 증명할 것이다. 내 영혼과 경험과 가치는 결코 싸구려로 팔지 않는다.

내 대답은 "1억이 아니라 5억을 줬더라도 이득인 경험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취는 시간으로 얻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