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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Nov 26. 2021

2022 수능은 쉬웠습니다

2022수능 어려웠다면


일주일 전 22학년도 수능이 있었다.

나는 현장(강서고)에서 이 시험을 치고 왔다.



내가 지도하는 국어 과목은 공통부분인 독서, 문학을 다 푼 후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모두 다 풀고도 약 20분이 남았었다. 수학까지 치르고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했는데, 시험이 너무 쉽게 느껴지면 오히려 그 시험은 망한 것이라는 속설이 있는 만큼, 귀가 직후 걱정을 안고 채점을 했는데 좀 민망하지만 56문제 모두 정답이었다.


이때는 이제 막 14시를 넘길 때쯤이라 아직 등급컷이 나오지 않았었고, 나는 '와 이 시험 너무 쉬운거 아닌가?' 라며 2등급 컷 조차 90점이 넘을 것을 염려했었는데 웬걸, 산출된 등급컷을 보니 1등급 컷 조차 80점대 일만큼 학생들은 이 시험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


사실 조금 당황했다. 나는 오히려 다른 시험보다도 훨씬 쉽게 느껴졌는데 왜 다른 학생들은 더 어렵다고 느꼈을까. 한참을 고민하고 분석했다. 그리고는 내 생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1시간 만에 조회수를 5천을 넘기더니 오픈카톡 메시지로 그만큼의 욕을 얻어먹었다. ‘그 시험이 쉽다니 잘난 척하냐?’ 라면서.


바로 내리긴 했지만, 그 생각에 변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안해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제야 수능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한다. 1달 전에 출간한 [공부 열심히만 하지마라]의 마지막에, 평가원은 결국 수능이라는 시험의 근본을 ‘언어능력 – 문해력, 공감능력, 어휘력’ ‘문제 해결능력’ 에 둘 것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번 수능은 이러한 예측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험이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진짜 난이도’ 때문이 아니다.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성분은 지문길이인데, 지문 길이는 전년이나 전전년에 비해 현저하게 짧아졌고 자간도 기존보다 다소 넓었다. 체감으로는 글자 수가 기존의 7~8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짜 문제는 그 다음 성분인 추론능력이다. 추론 능력은 문장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하므로 문해력에 결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수능에서는 과거처럼 문제에서 묻는 내용이 지문에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가 꽤 많았고, ‘단어 바꿔치기’만 한 선택지가 아닌 진짜 추론을 필요로 하는 선택지들이 있었다.


때문에 기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과 추론 능력을 필요로 했는데 그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처참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지와 지문의 주/술/목만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었다면 헷갈릴 여지가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넘겨짚는 식 (단어를 조합해서 읽는 방식)으로 문장을 해석해왔다면 당췌 무슨 말인지, 이 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서 못 푼 문제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시험은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식인 ‘기출 문제 반복’을 했더라면 호되게 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기존처럼 그저 많은 정보의 조합으로만 나열 된 긴 지문을 읽는 방법은 당연히 기출 문제 풀이만으로도 훈련이 되겠지만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고 그 문장과 <보기>를 엮어 추론하는 능력은 ‘기출 반복’ 따위의 단순 노동으로는 얻을 수 없다. 그러면 시험 유형이 바뀌면 어떻게 될는지는 뻔하지 않은가? 수능 국어의 본질은 무엇인가?



결국 어디에 초점을 두고 공부를 했는가가 이 시험의 난이도 자체를 갈랐다.

실제로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으니 공부방식이나 관점이 조금 달랐겠지.


안타깝게도 앞서 말 한 학습 방식은 이미 만연하지만 본질적 능력에 결함이 없는 학생들이 구사해야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미 한참 전에 배웠어야 할 본질을 뒤늦게 가르치는 교육 기관은 어디에도 없다. 사교육 기관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채하고 최상위권 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콘텐츠를 내놓는다.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따라오게 한다.


즉, 많은 학생들이 이번 시험에서 실패한 이유는 그동안 본질을 놓친 척 했던 평가원을 과소평가 했던 사교육 시장과 종사자들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교육 종사자들이 국어 과목을 가르친답시고 작품 분석을 하고, 기출 문제, 기출 지문만 분석한다. 태도가 엉망이라서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암기를 시킨다. 어휘력도 문해력도 부족해서 문장조차 제대로 읽지 못 하는 학생들에게 지문을 이해하는 ‘리딩스킬’ 따위를 가르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강의가 아닌 강사를 좇고 정작 본인과는 거리가 먼 ‘최상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학생들 또한 문제다. 이 시험이 쉽다고 했던 내게 욕을 퍼붓는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대체 뭐가 쉽다는 건지 알지조차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했겠지. 그리고 대부분이 그렇게 가르치니까 그게 맞는지 알았겠지.


그러니 이번 수능의 등급컷이 낮은 이유는 ‘어려워서’ 가 아니라, 문제 유형이 기존과 다르니 ‘적응이 안 돼서’ 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험은 그저 ‘어려웠던’ 시험이 아니라 쌓여왔던 폐해를 만천하에 드러낸 역할을 한 것뿐이다.



나는 내 학생들만 잘 되면 된다.

결과가 과정을 증명하고, 과정을 바꾸면 결과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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