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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Aug 23. 2021

학습의지와 자제력


학습의지가 힘이라면 '자제력 부족'은 저항이다.


공부법 연구를 처음했을 무렵, 이 두 힘은 서로 비등비등하다고 생각했다.

'자제력 부족의 정도가 더 크면 학습의지가 무력화된다'

'학습의지가 더 크면 자제력 부족은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다' 정도로.


나의 경우도 그랬고 (그랬다고 생각했고) 많은 학생들도 그러했다. (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완전히 잘 못 짚었다.




비등비등 한 정도의 힘일 때는 자제력 부족이 학습의지를 압살한다.

조막만한 의지 따위는 절대로 본능을 이길 수 없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변해보이겠다' 는 의지에 찬 말이 3일을 채 못가는 경우가 흔해빠졌다시피 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기서 발생한다. 웬만한 학생들, 아니 좀 잘 한다 싶은 학생들도 대부분 '자제력 부족에 압살당하는 학습의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걸 아는 학부모님들께서는 본격적으로 제동이 걸리기 전에 당신들의 힘으로 충분히 밀어놓고 관성으로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셋팅해놓는다. 그대로 끝까지 잘 가면 좋겠지만 변수가 무한하기 때문에 손 놓는 순간 엎어지고 코가 깨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때문에 결국 스스로 자제력 부족을 극복해내야 한다.



자제력 부족을 깨부수는 것은 어렵지만 쉽다. 방법은 단 하나, 그 어떤 저항도 다 부셔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추면 된다. 압도적 학습의지. 압도적인 의지 앞에서는 자제력 부족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쏘우처럼 뒤통수에 총 대놓고 공부하라고, 돌아보는 순간 쏴버린다고 하면 과연 돌아볼까? 이게 바로 압도적 의지고 교육학에서는 '외적 동기' 라고 부르는 에너지다.



하지만 보통은 내적 동기가 외적 동기보다 강도가 강하다. 공부를 하다가 뒤통수에 있는 총이 내려가면 즉시 그만두겠지만, 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을 하며 반드시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하는 공부는 쉬이 그만두지 않을테니 말이다. 때문에 학습 코칭 교습서에서는 '내적 동기를 불러 일으켜라' 라는 식으로 가이딩을 하는데 방법이 쉽지 않다.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가둬놓고 매일 만두만 먹이면서 하루 15시간 동안 공부시키면 무조건 오른다고. 이게 바로 폐관수련인데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만약 하고자 한다면 내 자제력을 시험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 떨어뜨려놔야 한다.


게임에 환장하는 친구라면 컴퓨터나 핸드폰이 없는 환경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뭐가 됐건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면 그건 무조건 목표를 이룬 다음 순서에 놓아야 한다.그러니 본인의 자제력에 자신 없으면 '나는 짐승이다' 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결박하고 폐관수련을 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잠을 도저히 못 이겼었는데, 잠을 이겨내기 위해 침대에 압정을 뿌렸었다. 그랬음에도 역시 졸리는 걸 참을 수 없었는데 자려고 압정을 하나씩 치우다가 치졸한 모습에 현타가 와서 다시 이 악물고 펜을 잡았었다. 스카이캐슬 예서 책상에 스스로 들어가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쨋건간에 스스로 못 하겠다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도 못하겠다, 저것도 못하겠다 할거면 그냥 잡배나 점소이로 사는 것도 한 방법이고.

 잡배나 점소이로 사는 것도 한 방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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