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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ul 27. 2022

<헤어질 결심>을 보고 안경을 새로 맞췄다

정말 그런 사랑도 있는걸까


영화 헤어질결심을 봤다.

나는 평소 로맨스 영화를 지루해하는 편이라 박찬욱감독의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관심이 없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지인의 추천으로 보러갔다가 나올때 멍하니 나오며 생각했다.

어떤 경지에 다다르면 이런 예술을 할수가 있을까.

그길로 안경을 맞추러 갔다. 다시 이 영화를 보러오려고.

라식수술 후 시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평소 큰 불편을 느끼진 못했으나 영화를 보며 느꼈다.

배우들의 잔주름 하나, 미쟝셴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으며 안경을 쓰고 다시 보고싶다고.


그리고 이틀 후 같은 영화관,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한번 더 봤다.


가장 좋았던 점은  영화가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  편의 문학작품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이었다. 잘쓰인 아름다운 소설을 배우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번  곱씹어 내놓는느낌. 그리고 감독은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작품을 영상으로 연출해놓았고. 쓰면서도 다시보고  보고싶은 그런 영화.


무엇보다 요즘 나는 상대를 자신이 아닌 이 사회의 잣대로 판단하고, 어느정도까지 본인의 것을 내어줄수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자본주의 식 사랑에 질려버린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런 의문이 나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정말 상대의 안위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어줄수있는 사랑이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랑이 하고싶었다. 내 전재산을 다 쥐어주어도 모자라고, 그 사람이 만일 지구 반대편의 어느 마을에 가서 살고싶다고 하면 기꺼이 내 모든걸 버리고 따라갈수도 있을만큼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람 대신 죽을수도 있을 그런 사랑. 하지만 그런 사랑이 과연 일반적인 로맨스영화처럼 한눈에 반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걸까?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헤어질결심은 노골적으로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말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먹고 치우고, 자고 하는 모든 것들에서 전해지는 감정들을 아주 세밀하게 켜켜이 쌓고 결국은 그것을 지독한 사랑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사랑 자체가 마치 삶과도 같다고 느껴져서 내게 너무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언젠가는 상대가 자신이 붕괴되었다고 말할때 그것을 위해 기꺼이 죽을수도 있을 것 같은 사랑을 해볼수 있을까? 그건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은 사람들도 그런 사랑을 그리워하기때문에 이런 작품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나는 헤어질결심 각본집을 주문한다. 아, 또 봐야지.

마침내 이런 사랑에 대한 작품을 쓰고싶다고 생각하며 각본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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