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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Jul 31. 2022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학사경고를 받았다-2

나같이 평범한 애는 공부가 답이야

대학교때의 추억을 꼽으라면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학사경고를 받고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한건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안해봐도 좋았겠지만.) 입학하고나서 그간 밀린 회포를 풀겠다며 우왕좌왕 놀다보니 어느새 과목당 6번씩 결석하고 학사경고생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경고의 편지가 도착했고, 엄마의 극대노에 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고 다신 학사경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참가한 학사경고 캠프에는 정말 특이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가장 많은 이유는 반수생들이었고, 그 다음으로 지병치료, 전공이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가 있었다. 그중 단연코 눈에 띄었던 학생은 세명.


입학 후 아르바이트로 하던 학원강사일이 적성에 맞아서인지 점점 스카웃제의가 늘더니 월수입이 천만원을 넘겨 차도 뽑고 아예 학원강사쪽으로 진로를 정했다는 학생. 그래서 수업을 못왔으며 자신은 마지막학기라 그냥 졸업장만 가져가고 싶다고 똑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다른 학생은 전통음악을 하다가 디제잉으로  유명세를 탄다며 전공을 바꿀까 싶은데 일단 모르겠다며 디제잉과 자신이 하는 디지털 음악에 대해 흥미로운 표정으로 한참이나 설명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학생은 외제차키에 명품백 등 숨길수 없는 부티가 나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매사가 심드렁해보였고 학교와 공부에는 그닥 큰 흥미가 없다고 했다. 속으로 그래도 되니까 그러겠지 생각하던 찰나..


그럼 나는?


아, 난 완전 평범한데 이걸 어째.

낭패감이 들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술먹고 자다가 수업에 못갔다고 사실대로 얘기했고 사람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집에 돌아오며 생각한 것은, 역시나 공부는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 저렇게 굳이 공부가 아니어도 잘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의 무기는 정말이지 공부밖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 다시 학점을 복구해보려 했으나 학사경고의 여파는 꽤 커서 완전 복구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졸업도 했고 , 열심히 공부해 임용고시도 붙었었으니 나름 배운게 많았다고 할수는 있겠다.


돌이켜보니 학사경고가 내게 가르쳐준 것 중 가장 가치있다고 느끼는 점은 학점을 떠나 다양하게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배웠다는 점이다.

그런 것들을 배워나가는게 삶이고, 그런걸 배우려고 학교에 가는 것이니까 후회는 없다.

학점이 낮은건 뭐 어때? 나는 앞으로도 학점이 중요하지 않은 삶을 택할 거니까, 괜찮다.

아무도 걷지 않은 나만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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