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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May 23. 2024

프랑스회사원의 초등교사 이직 관찰기#1

최근 나의 회사원 친구 L은 초등교사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까지 딴 L은 IT교육 기업 회사원으로, 1년에 단 한 달밖에 휴가가 없는 건 너무 불행한 일이라며 초등교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처음에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걱정부터 했었다. 아이들 교육 정말 힘든 일이라고, 한국 회사 같으면 한 달 휴가는 엄청 긴 편이라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왜 이직을 고민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L은 오히려 놀라며 되묻는다. 일 년에 한 달도 못 쉬고 사람이 어떻게 사냐고. (심지어 얘네는 주 이틀은 재택근무를 하고, 휴가는 한 달을 몽땅 붙여 써도 괜찮고 휴가는 보스한테 며칠 전에 통보만 하면 되며 휴가기간 중엔 보스 포함 회사사람 그 누구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정도면 신의 직장인데 왜 이직을 하는 건지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내게 L은 설명을 해줬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2 달마다 2주씩 방학이 있고, 여름겨울에도 세 달 방학이 있고 평상시엔 3-4시에 퇴근한다고 한다. 심지어 겸업도 가능해 돈을 더 벌고 싶으면 비즈니스를 해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초등학교는 매년 교사가 부족해서 뉴스가 나올 정도라며 뉴스기사까지 보여준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완전히 바뀐 태도로 내가 물었다. 한국에서 그 정도 근무조건이면 교사가 부족할 일은 절대 없었을 텐데 여기 사람들은 도대체 왜 다들 교사하려고 안 하는 거냐고.

 L은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Because of kids, of course. (당연히 애들 때문이지 뭐.)"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인걸 알아서 기피한다나. 

어찌 됐든 자기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일찍 퇴근하고, 방학도 긴 직업을 택해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는 삶을 살 거라고 말한다.


 L은 자기 회사 동료 중 초등교사를 하다 온 동료가 있어 이직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선 전공무관 석사 학위와 특정 실습 과정만 이수하면 초등교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대학을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니! 회사원을 하다 교사를 하고, 교사를 하다 회사원을 하고.. 

직업을 저렇게 휙휙 바꾸는 것도 신기하고, 그 사이의 울타리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는 것도 신기하고, 우리나라에선 하고 싶어 안달인 직업인 초등교사가 부족한 것도 신기하고,  이직 사유가 한 달 휴가가 너무 짧아서인 것도 신기하다. 내 눈엔 최고의 노동환경 같은데도 또 그 안에서도 불만을 느낀다는 것도.  세계 노동권지수 2등급의 위엄인 걸까? 솔직히 노동환경만큼은.. 좀 부러웠다. 


어쨌든간 공립학교 시스템에 원서를 낸 L에게 며칠 지나지 않아 학교들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L을 보며 나는 또다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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