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 같은 건 없어요, 당신의 혐오만 있을 뿐
드로잉을 배울까 해 찾아간 스튜디오였다. 소규모로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라 수강생, 강사와의 대화가 도란도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유치원 교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앞자리의 남자가 내게 말했다.
요즘 맘충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힘드시겠어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딴엔 공감을 해주고자 했는지 몰라도 나로서는 너무나도 불쾌했다. 맘충이라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맘충’이라고요?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써요. '맘충'은 없어요.
그랬더니 옆의 강사가 덧붙여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맘충이 없다니 무슨 소리냐며, 자신은 6살짜리 딸이 있는데 유치원 엄마들 중 개념 없는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며 자신이 아는 여러 진상짓을 열거했다. 남자는 동조하며 인터넷에서 본 ‘진상짓을 하는 맘충들’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강사와 남자는 요즘 엄마들은 이상한 엄마들이 많다며 함께 결론지었다.
맘충이라니. 아이 엄마들을 싸잡아 욕하는 혐오 단어를 공적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남성, 또 자신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여성들을 비난하는 여성.
나는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맘충'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맘충이라는 말은 너무나도 공공연 연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나는 불쾌했고, 화가 났고, 안타까웠고, 또 슬펐다.
단언컨대 젊은 아기 엄마들을 가장 많이 마주하고 소통하는 직업을 가진 내게 젊은 아기 엄마의 이미지를 묻자면 이런 것이다.
여름날 오후 1시 즈음 아이들을 하원 하러 데리고 나가면 아기 엄마들이 줄지어 나와 기다리고 있다. 그녀들은 대게 땀을 뻘뻘 흘리며 유모차를 끌거나, 한 손에는 3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이 손을 잡고 오거나, 유모차와 아이를 동시에 데리고 나와 있다. 대충 틀어 올린 앞머리에 안경을 쓰고, 아무렇게나 꽂은 똑딱 핀에, 귀밑까지 오는 짧은 머리는 땀으로 젖어있다. 분명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거나, 밤에 못 잔 잠을 잠시 보충하고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추어 뛰어나 온 거겠지. 그리고는 내가 줄지어 하원 하려 데리고 나온 자신의 아이를 보고 함박웃음 짓고는 내게 감사합니다, 하며 목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맞벌이 여성의 경우는? 내가 그 모습조차 보기 힘들 만큼 부지런하다. 대게 나의 출근 전인 아침 8시 이전에 와서 아이를 맡기고, 내가 퇴근한 후인 저녁 6-7시 즈음 아이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 어디에도 ‘맘충’은 없다. 자기 인생을 다 바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필사적인 여성들만 있을 뿐.
개념 없는 엄마들이 맘충이라고 불리는 거지 위의 이미지와 같은 개념 있는 엄마들은 맘충이 아니니 상관 말라고? 이런 논리라면 모든 혐오 단어가 용인될 수 있는 위험에 빠진다. 그리고 그렇다기엔 '맘(mam)'이라는 단어는 누가 듣더라도 엄마들을 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다. 여기에 벌레 충자를 붙여놓고는 특정 진상짓을 하는 엄마들만 칭하는 단어라고 우기면 도대체 누가 동조할 수 있을까.
나는 맘충이라는 단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것이 성차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게 '맘충 일화'라는 것을 보면 이런 패턴이다. 아이가 식당에서 뛰거나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구는 등의 비난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데, 애 엄마가 애를 제대로 안 가르쳐 민폐를 준다는 일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애엄마는 애를 안 보고 뭐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한다. 애아빠는 어디 있길래 애가 날뛰는 것을 보고 있냐고는 하지 않는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부부 공동의 일인데, 도대체 왜 아이 아빠는 책임에서 배제되고 애들을 제대로 안 가르친 엄마 탓만 하며 맘충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걸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아이의 주양육자는 엄마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고, 예외도 있겠지만 실제로 외벌이/맞벌이 가정에 관계없이 주양육자는 대다수가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 내에 사정은 다양하니, 만약 부부 공동의 합의로 인해 아이 엄마는 아이 양육과 집안일을 책임지기로 했다고 하자. 그러면 아이가 민폐를 끼친다는 것은 엄마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한 것이기에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혐오받아 마땅할까? 그렇게 따지자면, 아이 아빠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 또한 할 일을 제대로 안 한 것이기에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혐오받아 마땅할까? 가족 내에서는 서로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지우는 상황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정 내에서 해결할 문제인 것이지, 사회적으로 혐오 단어까지 만들어 온라인 상에서 끊임없이 잘못한 일화를 조리돌림 하며 혐오하여 마땅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진상짓을 하는 아이 엄마가 눈에 띄고 불편을 줬다면, 성숙한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말썽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가서 해당 행위가 불편하니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는 일일 것이다. 불편을 일으킨 몇몇 아이 엄마를 목격하고는 그것을 맘이라는 포괄적인 단어를 이용해 큰소리로 혐오하는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힘겨울 때가 있고, 누구나 실수하며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고 산다. 모든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울어대 민폐를 끼치는 아기 시절을 거쳐,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서 떼를 쓰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유년기를 거치며 자란다. 이런 시절을 거쳐 자라놓고, 막상 어른이 되자 다양한 아이와 아이 엄마의 모습을 포용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으면 싸잡아 비난하고 혐오하며 조리돌림 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결코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맘충이라는 단어의 심각성을 모르고 공공연 연하게 사용하는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이들이 귀중한 나라에서, 무엇보다 소중하고 대접받아야 할 아이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이런 혐오의 단어가 붙고 아이가 조금만 민폐를 끼쳐도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을까? '맘충'과도 같은 혐오 단어를 외치는 목소리가 공공장소를 뛰어다니는 아이보다 더 사회 분위기를 척박하게 만든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