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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Oct 22. 2016

남친 향기이긴 한데 내겐 조금 성질이 급한 남친인 듯

라운드어라운드 라이프 프래그런스 노르웨이전 포레스트

'보이지 않는 손'.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저서 '국부론'에서 쓴 표현입니다. 이 매거진은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애덤 스미스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국부론'을 쓴 것처럼 저도 여행하며 이 매거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점뿐입니다. 저는 외출할 때 현관을 나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의식처럼 향수를 뿌립니다. 겉옷 위에 입는 마지막 옷인 셈이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죠. 향기 덕후 퍼퓸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옷' 매거진은 향수와 향초, 디퓨저 등 향기가 나는 모든 것들을 다룹니다. 

이것은 라운드어라운드 라이프 프래그런스 노르웨이전 포레스트이다. 올리브영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여성 향수로 분류하고 있는데 정작 내가 올리브영에서 샀을 때에는 '남친 향기'라는 팝업 안내가 붙어 있었다. 사실 그 문구 때문에 '대체 남친 향기가 뭐기에?'라는 생각으로 끌려서 맡아보고 산 거지만.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감성을 채운다고 한다. 노르웨이전 포레스트라고 하면 있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노르웨이 숲 향수인 거다. 우리로 치면 뭐랄까 서울숲 정도인가.

보다시피 오 데 코롱이다. 오 데 퍼퓸보다 잘 날아가는 오 데 뚜왈렛보다 잘 날아가는 오 데 코롱. 남친 향기라고 홍보를 해 놓고서는 우리의 남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암시를 주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보틀은 예쁘다. 너무 군더더기 많은 향수 보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향수는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다.

크기 비교. 언제나 그렇듯 스타벅스 적립 카드가 열일해주었다. 80ml라 아담하다. 숲의 이슬과 맑은 공기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우디향이라는 설명.

누가 이 사진을 보더니 매화수 미니미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싸하다.

향수 리뷰에서 제일 중요한 건 향기. 남친 향기인가? 향을 맡아본 지인의 말로는 남자 친구에게서 나면 좋을 것다고. 일단 나쁘지 않은 향이라는 반증. 베티버, 카다몸, 넛멕, 자몽 베이스다. 시트러스 향을 좋아하고 엄마 화장품 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매장에서 테스트해보고 그 말도 안 되는 짧은 지속력에도 지갑을 열게 만들었으니 나랑 취향이 비슷하다면 마음에 들 것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숲에 와 있는 것 같은 푸르스름한 향이 느껴진다. 다만 그 향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 코롱의 한계. 보통 우디향은 무거운 편이라 뿌리고 난 후에도 좀 잔향이 오래 남게 마련인데 이 '남친 향기'는 너무도 빨리 나를 커플에서 싱글로 되돌려놓는다.

뿌리고 나서 나만 반할 수 있는 향. 이 말은 이 향수에게 잘 어울리는 말일지 모른다. 그 정도로 빨리 날아가지는 않지만 지속력이 확실히 약하다. 바꿔 말하면 은은한 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뿌린 뒤에 향이 확 변하는 향수들과 달리 처음 그 향 그대로 은은하게 (짧게) 지속된다. 오히려 무겁게 잔향이 남는 향수보다 가볍게 자주 뿌려주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향으로 퍼퓸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오데뚜왈렛 정도로만 나와도 구입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역시 코롱은 한번 뿌리면 귀찮아서 다시 잘 뿌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한 지속력이야. 내가 간 매장에서는 남친 향기로 홍보하고 있었지만 남자든 여자든 이 향이 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돌아보게 될 것 같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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