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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Dec 22. 2016

겨울에 피는 꽃처럼 우아하게 맑게 자신 있게

지지직 / 록시땅 피브완 플로라 핸드크림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이것은 록시땅 피브완 플로라 핸드크림이다. 선물 받았다. 오래간만에 내 돈 주고 산 제품이 아닌 제품 리뷰. 오오오오. 잠깐, 이 돈독 오른 블로거 녀석 교묘하게 제품 홍보라니 라고 돌 던지기 전에 워워. 이건 협찬이 아니라 정말 리얼 트루 선물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 생일이었으니까. 이렇게 나는 핸드크림 부자가 되고... 선물 받은 제품이므로 가격은 찾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 세대이니까 무언가를 살 의향이 있다면 제품명만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금방 가격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장이라면 물론 포털 검색을 할 줄 모르니 내게 물어봤겠지만. 최소한 뭔가를 살 거면 그 정도 노력은 해보자.

포장 상자에서부터 핑크 핑크함을 뿜어내는 자태를 보라. 여성여성지기 위한 필수 잇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즘 젠더 이슈수면 위로 오르면서 여성여성이나 남성남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정말 그 전형적인 순정만화 속 여성여성한 긴 생머리 내지는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 머리 한 캐릭터가 내 곁을 스쳐지나가면 날 것 같은 향. 혹여나 글을 읽는 당신의 오해가 없길 바라며, 시향해보고 더 적합한 교체 가능한 단어가 있다면 추천 바란다.

이제 내 리뷰의 단골 배경지인 풀밭도 겨울이라 색이 많이 변했다. 이 제품은 가벼운 질감의 텍스처로 빠르게 흡수되어 손을 촉촉하게 가꿔주며 여성스럽고 우아한 피어니 향기를 남겨주는 핸드크림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기억 속 록시땅 제품은 저런 고상한 어휘 따윈 모르겠고 보통 발랐을 때 뻑뻑하거나 안 뻑뻑하거나 둘 중 하나로 기억될 뿐. 이 제품은 후자. 시어버터 같은 묵직한 질감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뜻한 마무리 덕에 겨울철에 써도 부담이 없다. 그동안 겨울철 매번 스마트폰에도 핸드크림을 넉넉하게 발라줄 정도로 자비로운 주인이었다면 비로소 이 제품과 함께 인색해질 수 있다.

얼마 전 맥도널드에서 굳이 먹지 않아도 되지만 사은품에 눈이 멀어 시킨 크리스피 오리엔탈 치킨버거 라지 세트에 딸려온 새빨개서 세 배 더 돈을 빨리 쓸 것 같은 카드지갑과 함께. 사이즈는 대략 저 정도라고 보면 된다. 들고 다니며 쓰기보다는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쓰면 좋을 듯한 사이즈.

아이고 입구가 시원시원하구나. 퍽퍽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시원시원하게 쭉 짜 볼까. 아 그런데 너무 많이 짰다. 손목까지 다 바르고 나서야 끈적함이 좀 잦아들었다. 양손에서 상큼한 꽃향기가 확 올라온다. 피브완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피어니(Peony)를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작약으로 불리는 꽃. 아 진작 좀 쉽게 써주지. 원피스나 우아한 투피스를 입어야 어울릴 것 같은 향이다. 차가운 도시 여자에게서 나는 것보다는 따뜻한 도시 여자에게서 나는 쪽이 조금 더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멋진 여자가 바른다면야 향기 이즈 뭔들. 이참에 나도  핸드크림과 함께 조금 더 여성여성 핑크핑크해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품이었다.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고 싶다면 30ml 사이즈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하길. 그리고 신에게는 n개의 핸드크림이 있사옵니다. 즉 신에게는 n개의 핸드크림 리뷰도...엌.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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