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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Apr 26. 2017

집구석에 있던 복숭아 향 향수를 비교해봤다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넥타린 블러썸 VS 이브로쉐 옐로우피치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복숭아를 즐겨 먹는 것도 아니고, 복숭아 향을 사랑하지도 않지만 집 정리를 하다 보니 복숭아 향 향수가 두 개나 있어서, 이런 계절에 잘 어울리는 향이라 비교해봤다.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넥타린 블러썸 VS 이브로쉐 옐로우피치.

복숭아 향 향수만의 특징인지 보틀 컬러가 비슷하다. 아니 거의 같다고 봐야 할지. 복숭아 하면 분홍색이 떠오르는데 이미지를 구글링 해보니 주황색을 쓰는 게 맞겠다. 분홍색은 체리블로썸이나 화장품 향 향수들과 겹치기도 하니. 의외로 향수 샵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황색 컬러를 테마로 삼은 향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참고로 어지간한 과실 향 향수가 그렇고 오 드 뚜왈렛이 그렇듯 지속력은 둘 다 별로. 향을 비교해보고자 출근길에 양 팔목에 각각 뿌렸는데, 점심 즈음 맡아보니 ‘내가 향수를 뿌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병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뿌려주지 않으면 그냥 샤워 후 기분전환용 향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두 제품이다. 바꿔 말하면 지하철이나 사무실에서 향기 테러를 할 가능성이 낮은 제품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넥타린 블러썸, 이 제품을 설명하기 전에 어머니와도 같은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에 대한 설명을 빼놓을 수 없. 그린티는 ‘국민 향수’라고 불리는 제품. 그만큼 흔하지만 무난하다. 이 제 베이스로 변주한 향기가 여러 가지 나왔는데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20여 종 가까이 된다. 어쩌다 보니 국내 면세점에서 접할 수 있는 그린티 라인은 모두 구비했는데 맡아볼 때마다 미묘하게 아류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여기서 아류라는 건 누가 먼저 나왔는지가 아니라 어떤 회사의 어떤 향이 가장 유명한지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체리 블러썸은 바디샵 재패니즈 체리 블러썸만 못하다, 이런 식. 그린티 허니서클은 향 자체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구나, 흔하지만 무난한 그린티가 최고라고 생각했으나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넥타린 블러썸은 그 못지않은 매력이 있었다. 시중에 복숭아 향 향수가 많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과즙 가득한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퍼지는 기분 좋은 달콤함을 담아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을 연상시킨다는 설명인데, 나만 여름 하면 참외 향이 떠오르는지…? 한줄기 여름 태양 빛 아래 활기찬 웃음소리와 샴페인 글라스가 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배경으로 들리는 듯한 향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날의 활기와 영원한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고. 하지만 그 활기와 우정이 금방 끝나버리는 게 단점. 상쾌하고 기운 넘치며 때로는 관능적인 향이다…라는데 역시 관능까지 가기 전에 사라져 버린다고 봐야 맞는 향. 과연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다운 지속력이랄지.

천도복숭아 정수리에 코를 들이밀면 나는 향 같은 느낌이다.

탑노트는 복숭아, 그린티, 베르가못, 열대과일.

미들 노트는 천도복숭아, 복숭아꽃, 녹차 잎.

베이스 노트는 소프트 머스크.

이브로쉐 옐로우피치는 사실 풀 네임이 아니 이브로쉐 레 쁠레지르 나튜르 옐로우피치…(…) 살려줘 너무 . 수년 전 ‘이효리 향수’ 유명세를 치른 제품이다. 이브로쉐가 국내 매장을 철수하며 사라졌었는데 요새는 올리브영 같은 뷰티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직 팔린다는 건 찾는 사람이 꽤 있다는 뜻이리라. 

제조사는 신선하고 상큼한 옐로우피치향으로 여성미를 한껏 표현해주는 향수라고 적어놨다. 사랑스러운 복숭아 향이. 은은하고 머리가 아프지 않. 다만 조금 인위적인 사랑스러움이다. 처음 뿌릴 때 확 느껴지는 알코올 향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내가 가진 제품이 오래돼서 향이 변했나 싶어 지나가다 다른 올리브영에서 향을 맡아봤는데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뿌리고 나서 나만 반할 수 있는 향이라고 적었는데, 그만큼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금방 사라진다. 정확한 묘사다. 독한 향을 싫어한다면 추천. 앞서 말했듯 남에게도 내가 이 향수를 뿌렸다는 걸 알리고 싶다면 수시로 뿌려줘야 한다. 단일 노트로 된 향수라 탑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가 따로 나뉘어 있지 않다. 생복숭아보다는 가공된 복숭아 제품에서 날 법한 향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마지막은 향수샷인지 네일샷인지 모를 샷으로. 핸드백에 넣어 다니기에는 슬림한 엘리자베스아덴 쪽이 낫다. 공병에 덜어서 수시로 뿌릴 게 아니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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