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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Jun 08. 2017

아니 여행용 파우치를 샀더니 도넛과 음료까지 주잖아

지지직 / 던킨도너츠×모노폴리 여행용 파우치 세트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카카오톡에서 나는 던킨도너츠와 친구사이다. 이 친구는 소통이 부족한 타입이라 내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자기 얘기만 한다. 도도해서 메시지를 되게 가끔 보내준다. 그래도 그때마다 솔깃할 때가 많아서 지는 느낌. 오늘도 졌다. 오늘 점심은 던킨도너츠에서 먹는다. 왜냐하면 던킨도너츠×모노폴리 여행용 파우치 세트를 살 거니까.

이제는 잘 정돈되고 연출된 샘플 사진 따위에 속지 않는 연배. 나는 그저 허접하고 가끔 몇몇 브랜드에서는 사은품으로 주기도 하지만 있어도 또 갖고 싶은 폴리에스터 100%의 완전무결한 비닐 쪼가리를 사러 던킨도너츠에 갈 거라고! 마침 칠리 소시지 핫도그가 엄청 먹고 싶으니까!

그렇게 던킨도너츠에 도착했다. 요즘 보면 던킨도너츠와 알라딘은 본업보다 굿즈 생산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다. 본격 주객전도 브랜드 양대산맥. 이날 매장에서 여행용 파우치 세트에 대해 문의한 첫 손님이 나다. 지름스퀘어 던킨도너츠 여행용 파우치 세트 파운더가 되셨습니다.

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튼튼해 보인다.

유니클로에서 예전에 사은품으로 준 여행용 파우치 세트를 요긴하게 썼던 터라 이 제품도 기대가 됐다. 그건 공짜였지만 이건 내 돈 2900원(해피포인트카드 앱 보여주면 1000원 할인이라 1900원에 구입하는 꼴)에 사는 거잖아. 최소한 2900원어치는 더 좋겠지.

그렇게 오늘의 점심은 던킨도너츠 칠리 소시지 핫도그 콤보와 친구들로 정했다.

껍질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욕실 물건 넣는 용도로 써야지. 매쉬 소재였으면 더 좋았겠다.

4종 세트인 이유는 방금 전의 파우치를 포함해 그 안에 S, M, L 사이즈 파우치가 더 들어있기 때문이다.

던킨도너츠에 혼자 와서 1만 원 금액 맞춰 사겠다고 병 음료까지 산 마당에 큼직한 파우치를 펼쳐서 한강 그늘막 치듯이 퍼포먼스를 보일 자신은 없어서 소심한 힐끔샷만. 은근 디테일하다. 신경 쓴 구석이 여기저기 보여서 어차피 쓸 돈 3000원이라면 다이소 여행용 파우치 말고 여기에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모노폴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 다음 여행에 함께해주겠어? 함께 모히토에서 몰디브 마시고 한라봉에서 제주도 먹는 거야...! 대충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에서 막 선긋기 하다가 다른 이름으로 저장 안 하고 덮어쓰기 해 버린 스트로크 5 짜리 낙서 같지만 괜찮아! 같이 여행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그리고 이 친구가 거짓말처럼 여행보다 먼저 출장에 강제 동원되고 나도 울고 파우치도 울고 캐리어도 우는 사태는 생기지 않길 바란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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