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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Oct 18. 2016

그냥...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으로 싸우기 싫었어

지지직 / 후지필름 인스탁스 쉐어2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이것은 후지필름 인스탁스 쉐어2이다. 풀밭에서 찍은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잠깐 들고 나왔다가 어 리뷰나 써볼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냥 되지도 않는 감성 샷을 따라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산 건 골드 컬러. 나이가 드니 골드가 좋아진다. 얼마 전에 산 갤럭시 노트7도 골드 컬러다. 오늘 리뷰 사진은 모두 강제 한정판 갤럭시 노트7으로 찍었다. 카메라가 이렇게나 짱인데 왜 속 터지게 펑펑 터지고 난리야. 얘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는데 인스탁스 쉐어2는 충전을 마이크로 5핀으로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이런 포토 프린터의 원조격인 mp300을 써봤는데 충전 케이블을 찾지 못해 한동안 모셔두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프린터가 본체를 싸게 파는 대신 잉크를 비싸게 팔아먹고사는데 얘는 본체 가격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초기 판매가 24만 5000원. 필름도 비싸다. 인스탁스 미니 카메라 필름을 그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그게 비싸지. 전용 인화 용지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급할 때 어디서든 구하기 쉬운 게 인스탁스 미니 필름이니까. 포장 벗겨서 열고 넣고 닫으면 끝. 다 좋다. 구하기도 쉽고. 하지만 비싸지. 그냥 오픈마켓에서 100장을 한꺼번에 사는 게 그나마 저렴하다. 그래도 한 장에 700원 가까이 되잖아. 비싸.

폴라로이드가 폐업했지만 여전히 즉석 필름을 폴라로이드 사진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다. 제목도 그래서 편한대로 적었다. 어차피 리뷰를 보는 사람들은 인스탁스 미니 필름 사이즈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기에 큰 의미가 없는 사이즈 비교 샷. 스타벅스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5주년 충전 카드가 찬조 출연해 주었다. 가볍고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mp300을 써본 내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주변에 뭐가 없다. 일단 아무 거나 찍어본다. 아이고 날씨 좋구나. 거 퇴근하기 좋은 날씨네.

안드로이드에서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주면 만사형통. 아이폰에도 있겠지 설마.


메뉴는 이렇게 생겼다. SNS에서 선택한 사진을 SNS 템플릿 그대로 뽑아주는 기능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SNS에 있는 사진을 열기까지 로딩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몇 번 뽑아본 결과 필터 없음 보다는 인텔리전스 필터를 적용하는 게 조금 더 선명하게 나오는 느낌이었다.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프린트가 진행된다. 매수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어 편했다. 지금까지 이 제품을 사고 30장 정도 뽑아봤다. 귀찮아서 아직 다시 충전하지 않았는데 처음 충전한 상태에서 1칸 정도만 줄어있다. 여행지에서 자주 충전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프린터로 전송되면 나오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그냥 일반 인스탁스 카메라에서 찰칵하면 바로 인화되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성질 급한 나한테 딱이야. 대신 화상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그것도 인스탁스 카메라와 마찬가지. 으으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사진이 좀 흐리다. 그리고 살짝 노란 기가 돈다. 미칠듯한 선명함, 모공까지 뽑아낼 듯한 결과물을 기대하면 안 된다. mp300이 소위 '작업용 포토프린터'라는 별칭을 얻었던 것처럼 이 친구도 작업용으로 사랑받는데 모자람이 없을 제품이다. 정작 나는 작업용이 아니라 해외 봉사활동 가서 애들 사진 뽑아주는 용도로 썼지만.

퇴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사진이 좀 흐린가 싶어 1장 더 낭비해보기로 한다. 받은 지 오래된 젤 네일. 하지만 아직도 선명하다. 이대로 초록색만 조금 얹으면 크리스마스까지 가도 될 것만 같다.

다른 템플릿을 고르면 글씨를 쓰거나 크리스마스, 생일 등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는데 전부 디자인이 별로다. 그냥 가만히 글씨나 써야겠다. 얼마나 쓸 내용이 없었는지를 가늠케 하는 저 문구.

지이이이이잉. 다시 뽑는다. 원래 사진 나오면 흔들지 말라고 하는데 계속 흔든다. 나는 성질이 급하니까. 으으 현기증 나.

일단 원본 사진보다는 확실히 연하다. 하지만 이게 전작인 인스탁스 쉐어보다는 훨씬 개선된 거라고. 나는 전작을 안 써봐서 잘 모르겠다. mp300이 화질은 더 낫다는데 단종이잖아요. 이걸로 작품 할 생각은 버리자. 술자리나 여행지에서 꺼내 들면 인기 만점이 될 수 있다. 주인보다 프린터가 더 관심을 받겠지만. 편의성 최고다. 즉석에서 사진 뽑아줬을 때 싫어하는 사람을 못 봤다. 사진 2~4장을 인스탁스 필름 1장에 뽑을 수도 있고, 사진 1장을 인스탁스 필름 2장으로 나눠 뽑을 수도 있다. 많은 휴대용 포토 프린터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인스탁스 감성을 좋아한다면 다른 포토 프린터들보다 이 제품이 더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스탁스 카메라로 찍어서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서로 자기가 가지겠다고 싸우지 않아도 된다. 필시 커플의 사랑과 친구 간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원래 감성을 사면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조금 덜 선명해도 봐주자. '답답하면 니들이 다른 거 사든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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