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에세이

#3. 착각.

by 권구현

북적북적이는 허름하지만 느낌 좋은 노포. 도란도란 오늘도 하루 일상들을 공유합니다. 적당한 날씨에 적당한 대화를 나누며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그런 복잡한 심경에 잘한 선택이 맞는 건지 불안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연락도 자주 하고 만나서 식사도 하고, 이따금 술도 한잔하며 잘 지내다 보니 좀 더 안정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별 후 복잡하기만 하고 우울하기만 했던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던 건지 저는 지금의 애인과 더 자주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개봉한 인기 있는 영화도 보고, 잘 알진 못하지만 알고 있는 맛집도 가서 음식도 먹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남이 조금 이어지다보니 다른 연인처럼 사소한 다툼이 조금씩 늘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며칠 전 다툼이 있었고, 근래 자주 만나다 보니 너무 똑같은 데이트만 하는 것 같은 생각에 근교로 기분전환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이 돌아와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근교로 드라이브도 하고 이런저런 데이트를 해도 우리 사이가 더 서먹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민망함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봐도 어딘가 어색한 여자 친구의 표정은 쉽게 바뀌질 않더라고요. 이렇게 까지 해도 덤덤한 여자 친구의 태도가 서운합니다. 집으로 가는 도중 우리 둘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적막한 차 안.... 이런 불편함이 싫지만 그렇게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우리 둘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포장마차에서 오랜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역시나 새로 사귄 여자 친구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물어봅니다.

"어디서 만나게 된 거야?",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사진 좀 보여줘"... 등등등.... 저한테 이렇게 많은 관심이 있는 친구들인 줄 몰랐네요 성실하게 답변하는데 원래도 눈치 없던 한 친구가 역시나 뼈 때리는 질문을 시작합니다.




"전 여자 친구랑은 아예 끝난 거야? 그렇게 오래 만나면서 유난을 떨더니~"

"아... 끝났지... 내가 유난까지 떨었었나..."

"그래 임마~ 결혼을 하네 어쩌네 축의금까지 정해줬잖아, 나보고 돈 많이 내라며~"

"아... 아니 그건 그냥 농담이었지 넌 또 뭘 그런 걸 또 기억해서 꾸시리를 주냐... 후... 암튼 이제는 연락도 안 해 걔랑은 끝났어"

"음... 근데 너 지금 찬 시계도 전 여자 친구가 사 준거 아냐?ㅋㅋㅋ너 엄청 자랑하고 싸이월드에도 올리고 그랬잖아 선물 처음 받아본 것처럼 ㅋㅋㅋ"

".... 아... 어.... 그러네.... 이거 선물 받은 거 맞는데 아예 신경도 못쓰고 그냥 차고 다녔네;;허허...;;"




술을 마시다 화장실을 왔는데 무심코 받은 친구의 질문에 우두커니 시계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받았던 것도 주었던 것도 참 많았습니다. 오늘 입은 셔츠도 전 여자 친구가 평소에 제발 이쁘게 좀 하고 다니라고 선물해준 옷이네요. 혼자 우두커니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자 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여자의 직감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근처에서 친구를 만난다고 했는데 자리가 끝났다고 하네요. 뭔가 양심에 찔려서 시간이 되면 보자고 문자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나 친구들이랑 곧 헤어질 거 같은데, 컨디션 괜찮으면 술 한잔 할래? 나 술 조금만 마셔서 만나도 될 거 같은데"


"웅 좋아~내가 갈게"


그녀에게 답변이 와서 조금 취하긴 했지만 여자 친구랑 술을 마시러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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