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에 이야기를 듣게 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평소처럼 연락을 하지 못한 건 당연했고요. 이별을 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안 그래도 복잡한 심경이 더 복잡해져 버린 상황.. 아직 이전 연애에 벗어나지도 못했지만 또 그런 고백을 들으니 그 친구가 괜스레 여자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난 아직 여자 친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에 너무 괴로운데,,,,, 이 와중에 고백해버린 그 친구가 상처 받지 않게 거절해야 하는 고민거리까지 늘어나서 약간의 원망도 들었습니다. 제 편을 들어주던 친구의 위로와 대화조차 할수없게 된게 너무 아쉬웠어요. 고백스런 친구의 질문에 이렇다 저렇다 반응도 못하고 있는것이 미안하기도 했고요. 계속 연락을 피하고 안 하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바빠? 우리 이따 만나서 커피 한잔할까.?"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의 표정이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어색하게 웃고는 있지만 무언가 잘못한 사람인 것 같은 표정. 감정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친구가 자주 마시던 홍차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물었습니다.
"그날 잘 들어갔어? 그날 우리 좀 취하기도 했고, 정신도 없고 잘 들어갔는지 안부 메시지도 못 보냈네"
"응 그날 잘 들어갔지..."
"음.. 나 사실 그날 좀 당황했어, 갑자기 좋아했다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뜻밖에 이야기라..."
"아.....그치....미안....그거 때문에 연락 잘 못했겠네..."
"음.... 응..."
서먹한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그녀의 불안한 모습이 많이도 신경 쓰인 건 왜 였을까요? 날 좋아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 죄인처럼 날 대하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이별을 하고 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친구의 아쉽고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달이 다 되도록 매일매일 연락하고 밥도 먹고 날 지지해주던 그 친구의 어깨가 안쓰럽게도 보이고, 전 제가 용기 내서 만나자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저 친구는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었겠다 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습니다.
문득 서먹하고 불편한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제 입장을 생각해서 배려심있게 말을 해주는 그 친구를 보며, 이상한 감정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이면 내가 전 여자 친구를 잊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친구와 다시 만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제 생각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아직 전 애인을 다 잊은 건 아니지만, 그 상황을 다 아는 이 사람이라면, 새로운 연애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이기적인 생각. 전 애인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나쁜 생각이지만, 날 잘 이끌어 주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 점점 더 커지던 그 생각은 이내 확신처럼 느껴지게 되더라고요. 전 솔직하게 물어봤습니다.
"나 솔직히 전 여친이랑은 연락도 안 하지만 그렇다고 다 잊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치만 그런 상황에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해서 만나보고싶기는 해, 넌 어때?"
전 여자를 잊지도 못한 사람이 하는 또 다른 연애. 전 조금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한 여자를 잊기 위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